[주한 외국인 My위크엔드]‘W서울 워커힐’ 총지배인 잉바 스트레이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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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서울 워커힐’ 총지배인 잉바 스트레이 씨(오른쪽)와 부인 줄리 씨가 호텔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변영욱 기자
‘W 서울 워커힐’ 총지배인 잉바 스트레이 씨(오른쪽)와 부인 줄리 씨가 호텔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변영욱 기자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W 서울 워커힐’ 총지배인 잉바 스트레이(41) 씨와 싱가포르 출신의 부인 줄리(42) 씨.

이들은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함께 근무하다 1997년 결혼했다. 줄리 씨는 전업 주부가 됐지만 호텔리어 출신인 이들에게 호텔은 스위트 홈이자 휴식처다.이들은 2월 한국으로 오기 전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도 줄곧 호텔 생활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호텔에서 주말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스트레이 씨 부부야말로 대표적인 ‘도심 호텔 휴양족’이다. 5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W 서울 워커힐에서 이들을 만났다.》

○ 호텔에서 주말을

스트레이 씨는 호텔리어 생활이 축복이자 불행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주말에 일에 쫓기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소중한 주말에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달갑진 않다.

“호텔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나의 생활 패턴에 아내를 최대한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나 모임에 항상 부부 동반으로 참석합니다.”

두 사람은 매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출발해 호텔에서 헬스와 수영으로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특히 주말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서 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스위트 홈이 두 곳”이라며 웃었다. 남편이 일하는 동안 아내는 운동이나 쇼핑을 한다.

5세 때부터 호텔리어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스트레이 씨는 한국에 온 지 6개월 밖에 안됐지만 급속하게 바뀌는 서울라이트(seoulite·서울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놀란다고 했다.

“서울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이미 서구화된 싱가포르처럼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호텔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질 것입니다. 이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멀리 가지 않고 도시 내에서 휴식과 레저 활동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최근 국내 호텔이 스파나 헬스 시설 등을 갖추면서 고급 휴양 공간으로 거듭나는 이유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자녀가 없다. 그 대신 이들은 둘만의 만남을 즐기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줄리 씨는 “처음 사랑을 시작했을 때처럼 서로의 만남을 즐기고 있다”며 “1996년 노르웨이 휴가에서 남편이 프러포즈를 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신혼분위기의 ‘사랑싸움’도 있다.

줄리 씨는 “남편이 솜씨를 발휘하는 스테이크가 호텔 요리보다 훨씬 맛있다”며 “그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기 바란다”고 했다. 스트레이 씨는 “꽃을 좋아하는 아내가 집을 꽃집으로 만들고 있다”며 “아름답고 행복하지만 꽃값이 너무 많이 드는 게 흠”이라고 응수했다.

남편의 직장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스킨십과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부부였다.

○ 이 부부가 사는 법

성장 배경이 크게 다른 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배우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결혼식을 한 뒤 노르웨이에서 다시 식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년에 두 번의 결혼기념일이 있어요(웃음). 덕분에 매년 두 차례 이벤트가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문화적 차이가 주는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스트레이 씨)

두 사람이 경험했던 라이프스타일도 상당히 다르다.

줄리 씨는 “싱가포르는 무덥고 작은 도시다. 외식과 쇼핑으로 여가를 보냈다”고 말했다.

반면 스트레이 씨는 “노르웨이는 국토가 남북으로 긴 지형이어서 스키 수영 하이킹 크로스컨트리 등 다양하게 레저를 즐길 수 있다”며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정신을 맑게 해 주는 그 기후가 그립다”고 밝혔다.

그러나 날씨는 약간의 논쟁 거리다. 남편이 “고향이 (노르웨이) 남부여서 생각보다 덜 춥다”고 말하자,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노르웨이는 몹시 추운 나라”라며 웃었다.

아직 낯선 곳(한국)에서의 생활도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저녁 때 손님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이사왔다며 떡을 내밀어 갑작스럽게 인사를 했습니다. 서양에서 다른 집을 방문하는 것은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에 뜻밖이었죠. 매우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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