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프라이드FC… 이색스포츠 띄우는 ‘재야 입담꾼’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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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사이닝 위저드(프로레슬링 선수의 옆차기 기술)가 폭발했어요.”

“벙커 속 마린들이 떨고 있어요. 뭐… 4명이니까 한 명은 광 팔고. 그러면 되겠죠∼.”

최근 케이블TV 방송은 이색 스포츠 중계 천국이다. 이종격투기 K-1, 프라이드FC, 인터넷게임 스타크래프트 리그전 같은 e스포츠 등이 흥분한 해설가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을 장식한다. 중계의 인기를 높이는 것은 실제 경기보다 더 열띤 해설가들의 입담. 야구 축구 등 기존 스포츠 해설가들은 선수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이색 스포츠의 경우는 경력도 팔색조다.

○격렬할수록 담담하게… 브래드 피트가 내 예전 모습!


“들어갔어요. 살짝 그로긴데요….” MBC-ESPN 이종격투기 K-1 해설위원인 이동기(35) 씨. 그의 해설은 격렬한 경기 내용과는 상반되게 조용하고 담담하다.

“지나치게 흥분된 중계는 경기 자체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그의 격투기 입문 과정은 마치 영화 ‘파이트 클럽’의 배우 브래드 피트 같다.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가 파이트 클럽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았던 것처럼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했던 그도 비디오로 본 격투기에 매료돼 1998년 클럽을 조직해 회원을 모았다.

“격투기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호기심으로 왔다가 훈련 강도가 세지면 그만둘 사람은 아예 클럽에 받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격투기가 불가능하다고 느낀 그는 격투기 웹진 ‘에프에스엔’을 열고 국내 이종격투기 심판으로 활동하다가 해설자로까지 변신했다.

○만화스토리 작가에서 게임 해설가로

케이블 방송 온게임넷의 게임 해설가 엄재경(37) 씨는 이미 스타 해설가다. 그의 팬클럽 카페 회원은 1만 명을 넘는다. 인터넷에는 게임해설 1세대인 그의 어록이 떠돌 정도. 하지만 그도 초창기에는 게임 해설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직업이 다 있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전직은 만화스토리 작가. 우연히 게임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한 그는 “게임을 스포츠처럼 중계하고 싶다”는 한 케이블 방송 PD의 권유로 해설을 맡게 됐다.

“게임 해설을 하려면 농구같이 실시간으로 상황이 급변하는 것을 따라잡으면서도 바둑처럼 상대 선수들의 심리나 경기방향을 추측할 수 있어야 해요. 복합적 해설 방식이 필요한 거죠.”

그는 데이터 신봉자다. 겉으로는 농담하듯 웃으며 중계하지만 야구감독처럼 꼼꼼히 선수별 승률, 자주 쓰는 기술 등의 자료를 챙긴다.

○프로레슬링 해설은 스토리가 중요해

프로레슬링이 실제가 아닌 쇼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쇼임에도 불구하고 해설가들은 정말로 경기를 보면 흥분이 되는 것일까?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XTM WWE 프로레슬링 해설가가 된 이재호(30) 씨는 웃으며 답했다.

“사실 경기 장면을 방송 때 처음 보는 것은 아닙니다. 미리 테이프를 보고 번역을 해야 하니까 그때 해설의 가이드라인을 잡죠.”

이 씨는 “레슬링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있기 때문에 경기 자체에 내정된 스토리가 있다”며 “두 요소가 시청자에게 충분히 드러나도록 해설하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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