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청자-누리꾼이 분석한 드라마속 사랑의 패자들

  • 입력 2005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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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매력 있어. 농담 아니야. 진담이야.”(현진헌)

“삼순아, 나 너 다시 찾을 거야. 농담 아니야.”(민현우)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를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이는 두 사내의 대사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양다리 남(男)’.

그런가하면 SBS 드라마 ‘온리유’에 나오는 지고지순한 구애도 있다.

“바보야, 내가 진심으로 너 사랑하는 거 모르겠어?”(한이준)

“너가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잘 생각해봐.”(정현성)

한 여자를 둔 두 남자의 동시 구애는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 선택 받은 남자와 그렇지 못한 남자. 과연 승패를 가르는 ‘한끝’ 차이는 무엇일까.

○ 싸가지 구애… 현진헌과 민현우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헌(현빈)과 민현우(이규한)는 전형적인 ‘싸가지 남’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싸가지’는 바로 양다리. 김삼순(김선아)에게 손을 뻗으며 “네가 좋아”라고 하지만 또 다른 한 쪽 손은 각각 유희진(정려원)과 장채리(이윤미)를 잡고 있다.

그러나 두 남자의 애매한 태도에 대해 시청자들과 누리꾼(네티즌)들은 현진헌에게 찬사를, 민현우에게는 야유를 보내며 차등을 둔다.

이에 대해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누리꾼들은 △현진헌의 경우 삼순과 희진 사이에서 계속 고민을 하지만 민현우의 경우 ‘개념 없이’(고민 없이) 바람을 피운다 △현진헌이 민현우에 비해 피아노 연주를 더 잘한다 △자신의 약혼식에 옛 애인이었던 삼순에게 케이크를 부탁한 것은 (얄미운 수준을 넘어) 잔인한 것이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커플매니저 정충호(33) 씨는 “외모, 집안, 체격 등을 놓고 봤을 때는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고 죽은 형의 딸까지 키워야 하는 현진헌이 민현우에 비해 열등한 조건일지 모르지만 민현우의 경우 현진헌과 달리 사랑을 소유물로 판단하는 태도 때문에 실점을 많이 해 총체적으로는 현진헌이 다소 우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 진지한 사랑… 한이준과 정현성

차은재(한채영)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의 다른 꼭지점에 선 ‘온리유’의 한이준(조현재)과 정현성(이천희)의 경우 ‘사랑은 진지한 것’이라는 기본 태도는 같지만 기술걸기(방법상의 차이)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현재 이준이 은재의 사랑을 받고 현성은 그렇지 않은 점에 대해 누리꾼 시청자들은 △아이처럼 칭얼대며 사랑을 갈구하는 이준이 미혼모 은재의 모성본능을 자극한다 △적극적이지 않은 현성의 은근한 구애에 은재가 별 흥미를 못 느낀다 △21세기는 개성시대라 ‘든든하게 지켜준다’는 식의 보디가드 사랑은 한물 지났다 등의 분석을 했다.

이에 대해 ‘온리유’의 부성철 PD는 “한이준과 정현성은 은재를 사랑하지만 표현방법을 모른 채 맴돌기만 하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현성의 경우 은재와 아주 오랜 친구로서 혼자서만 마음을 졸일 뿐 ‘옆에서 지켜준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방법을 쓴다”며 “ (고맙기는 하지만) 사랑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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