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연을쫓는아이’…미국을 감동시킨 아프간의 상처

  • 입력 2005년 6월 25일 08시 37분


코멘트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우정과 죄의식을 다룬다. 사진 제공 열림원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우정과 죄의식을 다룬다. 사진 제공 열림원
◇연을 쫓는 아이/칼레드 호세이니 지음·이미선 옮김/564쪽·1만2000원·열림원

근대와 현대 역사에서 제국(帝國)의 경험이 있는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대다수 나라들에는 전쟁과 분열, 식민의 상처가 깊게 배어 있기 마련이다. 그만큼 사연도 많다. 이 책 저자의 고향이며 이야기의 무대인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다. 쿠데타와 내전, 외세 침공이라는 기구한 역사를 가진 이 나라는 아직도 포연(砲煙)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저자의 첫 장편 소설이자 아프가니스탄인이 쓴 최초의 영어 소설이라는 이 책은 복잡다단한 역사를 관통해 온 한 소년의 성장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미르.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그에게는 친형제 같은 하인 하산이 있다.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신분을 뛰어 넘어 진한 우정을 나눈다.

비극은 갑자기 찾아왔다.

‘연 날리기’ 대회 날, 하산은 아미르가 놓친 연을 찾기 위해 헤매다 불량배들에게 성적인 폭행을 당한다. 아미르는 우연히 목격하지만, 친구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려 하산을 오히려 구박하고 급기야 도둑으로 몰아 내쫓아 버린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끝난다. 그리고 소련군의 침공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미르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주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어느 날 아미르에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아미르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하산이 다름 아닌….

책 제목에 등장하는 ‘연’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도구이자 화해와 소통의 상징이다. 아미르와 하산의 만남과 이별의 상징이기도 하다.

등장인물과 배경은 낯설지만, 타인에게 준 상처에 괴로워하고 그 인연의 업보를 풀기 위해 다음 세대에게 그것을 갚는다는 이야기는 훈훈함 그 이상의 것을 던져준다. 구구절절 사연 많은 우리네에겐 언뜻 신파로 여겨질지 몰라도 미국인들은 이 소설을 출간 이듬해인 2004년 ‘청소년이 읽을 만한 성인 도서’에 선정(도서관협회)하고 76주 동안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릴 정도로 감동했다니,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나라 사람들도 물질적 풍요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애에 대한 갈망은 마찬가진가 보다.

하긴 남이야기를 할 것도 없이, 책을 읽는 내내 하산의 의리와 아미르의 죄의식이 새삼스러웠던 것은 갈수록 인간에 대한 예의가 낯설어진 몰염치와 배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서글픈 깨달음 때문이었다. 원제 ‘The Kite Runner’(2003년).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