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아시아 공동체와 韓中日]3國싱크탱크 베이징 대토론

  • 입력 2005년 5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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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거사 문제와 영토 분쟁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공동체 형성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 중국 일본 3국 간의 국제 심포지엄이 14일 동아일보사와 일본 아사히신문사 공동 후원으로 중국 베이징(北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회의실에서 열렸다. ‘한중일 싱크탱크 연례 심포지엄: 동아시아 공동체와 한중일’이란 주제의 이날 심포지엄은 동아일보 부설 21세기 평화재단·평화연구소(PEACE21), 아사히신문 아시아네트워크(AAN), CICIR가 공동 주최했다. 주제발표는 한중일 3국에서 2명씩의 전문가가 맡았으며 각국의 학자와 언론인, 전직 관료 등 30여 명이 참가해 동아시아 공동체의 형성 가능성과 장애 요소들을 점검했다. 모두 7시간 동안 진행된 심포지엄을 지상 중계한다.》

한중일 전문가들은 역사 문제와 최근 각국에서 대두되고 있는 민족주의를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문제를 보는 각국의 시각과 인식은 상당 부분 차이가 났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은 “일본에서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서 “그러나 중국에서 과격한 반일시위가 일어나고 한국의 정치 지도자가 비외교적 언사를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은 “민족주의는 상호작용적 측면이 훨씬 강하다”며 “일본이 먼저 역사교과서 왜곡과 영토 분쟁을 일으켜 놓고 이웃국가가 문제 제기를 한다고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배 실장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공동체 추진을 위해 한중일 3국이 축적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논의가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정치적 차원의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장융 CICIR 경제안전연구중심 주임은 “역내 협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치 문제이며 지도자들의 사상 문제”라면서 직설적으로 일본을 공격했다.

장 주임은 “중국의 반일시위에 대한 사과 문제를 언급했는데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고 반문하면서 “일본이 주변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미국에 의존해 독립 자주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동아시아 공동체 추진을 위한 리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통박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1분과…정치 문화적 접근▼

▽김광억 서울대 교수=중국의 급부상과 한국의 국력 신장, 일본의 경제대국 지위 등 현 동북아시아의 지역구도는 상호 긴밀성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갈등과 경쟁 관계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외교적 차원에서 동북아 정치 경제 공동체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실천 단계에서는 상호주도권 경쟁에 휩쓸리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3국 관계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문제는 역사에 대한 인식 차이다. 역사가 각각의 국가이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 또는 왜곡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조장하고 있다.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공통점을 키워 상호 이해와 존중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국 중심적 역사관에 입각한 정치적 경제적 경쟁은 갈등을 더욱 키울 뿐이다. 대중문화 교류, 상대국 언어 학습, 역사 공동연구 등 정책적 배려를 통해 우선 문화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라시마 지쓰로 와세다대 교수=‘동아시아 공동체’라는 과제가 올해처럼 절실한 적이 없었다. 4월 중국 등에서 일어난 반일시위는 일본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고립감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은 주변국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20세기를 지나쳤다. 일본인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지만 일본 국민의 80%가 전후 민주교육을 받으며 자라 왔다. 일본인 대부분은 군국주의 부활을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에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구에 침탈당하지 않으려고 나름의 길을 모색했던 일본 근대사를 주변국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은 내실 있고 구체적인 ‘연대의 실습’을 쌓아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통화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장치 마련이나 에너지, 식량, 환경 등의 연대 경험을 쌓는 것이다.

▽양보장 CICIR 일본연구소장=올해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제1회 동아시아정상회의는 이 지역 통합 과정의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는 한중일 3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 지역의 통합에는 한중일의 통합이 결정적 고리이기 때문이다. 3국이 지역에서 갖는 비중과 역할도 크지만 통합을 저해하는 문제점도 많다. 그 문제점의 배후에는 민족주의, 역사 문제, 국가통일 등 지역 현안과 함께 각국의 전략 방향에 대한 상호 불신이 깔려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 3국간 상호 신뢰와 협력이 우선해야 한다. 협소한 지역주의가 아닌 다자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 핵 등 지역 이슈에 대한 대화와 협력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가 발생할 때 즉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2분과… 경제적 접근▼

▽후카가와 유키코 도쿄대 대학원 교수=동아시아 통합을 유럽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유럽은 19, 20세기 초에 국민국가 형성이 끝났지만 동아시아는 현재 국가를 건설 중인 나라가 태반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보다는 최근 논의되는 자유무역지대(FTA)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상호 경제의존도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자유무역은 불가능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존재하지만 FTA와 같은 강제력이나 구속력이 없다.

FTA 체결을 위해서는 동아시아 경제의 장점인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실용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 민중의 비전문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 확산되지 않도록 국가간 다양한 교섭 채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안충영 중앙대 교수=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규모, 지리적 근접성, 수출 주도형 발전전략은 시장의 힘에 의한 상호 기능적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는 유럽연합(EU)의 통합과정과는 달리 무역과 투자 자유화 대신 역내 금융협력 장치를 먼저 가동시키는 진전을 보았다.

최근 이 지역 국가들은 쌍무적 또는 다자간 FTA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한중일 3국의 FTA가 체결돼야 한다. 단기적으로 각국의 산업부문별 피해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중일 FTA는 역내 안보 불안요소를 완화하고 특히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는 외곽 틀을 형성함으로써 한반도 안정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타오젠 CICIR 부원장=동아시아에는 통합을 위한 물질적 토대가 형성돼 있다. 이 지역의 역내(域內) 무역량은 2003년 전체 무역총액의 54.5%에 이르러 EU의 60%에 육박했다. 상호 경제의존성이 현재처럼 긴밀했던 적은 없었다. 어떤 형태의 공동체가 되었든 이제 역내 일체화 행정을 모색할 때가 됐다. 물론 경제의 긴밀화 못지않게 정치적 안보적 갈등이 상호 협력을 저해하는 중요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경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작하되 정치와 안보 등 비경제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아시아는 우선 시급한 에너지 확보나 환경문제처럼 실천 가능한 사안부터 공동대처하고 협력해 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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