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어머니의 도전이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낳았다

  • 입력 2005년 5월 1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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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다큐멘터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주인공 이희아(20) 씨와 그녀의 어머니 우갑선(50) 씨가 피아노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씨는 “내 손은 아주 귀중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휴먼 다큐멘터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주인공 이희아(20) 씨와 그녀의 어머니 우갑선(50) 씨가 피아노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씨는 “내 손은 아주 귀중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MBC
“손가락을 두 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내 손은 아주 귀중한 보물의 손이라고 생각해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0) 씨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MBC는 가정의 달을 맞아 특집 휴먼 다큐멘터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연출 윤미현) 1, 2부를 2, 3일 오후 9시 55분에 방영한다.

이 씨는 양 손에 손가락이 두 개씩 밖에 없고 무릎 아래는 다리가 없는 선천성 사지(四肢)기형 1급 장애인이다. 척추장애였던 육군 소위 출신 아버지가 통증을 잊기 위해 모르핀을 상용하는 와중에 이 씨가 임신됐기 때문이다.

이 씨가 피아노를 치게 된 것은 어머니 우갑선(50) 씨의 헌신적 뒷바라지 덕분이다. 우 씨는 딸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피아노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손가락 힘이 너무 약해 손 운동을 시켜야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손가락 네 개의 장애인이 피아노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말렸지만 우 씨는 딸이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끝없이 격려했다.

우 씨는 당시 상황을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전한 것”이라며 “생명을 걸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이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일을 해내면 희아가 다른 어떤 일도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하루 10시간 이상 피나는 노력 끝에 이 씨는 세계 유일의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20세 된 그녀의 과거 1년을 담고 있다. 그녀는 2005년 국립 재활복지대학 멀티미디어 음악과에 입학해 어엿한 여대생이 됐다. 올 1월에는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에 있는 성 마크 교회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많은 캐나다인들은 그녀의 연주에 눈시울을 적셨다.

윤미현 PD는 “희아 뒤에서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묵묵히 걸어온 어머니의 삶 덕분에 현재의 피아니스트 희아가 존재한다”며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희아와 어머니, 두 모녀의 눈물겨운 삶을 담담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고화질(HD) 영상과 동시녹음으로 제작돼 옆에서 얘기를 듣는 듯 생생하다.

“네 손가락으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것 때문에 모든 걸 참고 지금까지 해온 것 같아요.”

인간 승리를 이룬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의 말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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