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강원용목사 “다 가진 삶이 하늘나라…그건 착각”

  • 입력 2005년 4월 22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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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의 대표적 원로인 강원용(88·사진) 서울 경동교회 명예목사가 최근 신앙 고백서 ‘내가 믿는 그리스도’(대한기독교서회)를 펴냈다.

강 목사는 이 책에서 70여 년 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명쾌하게 제시하고 한국 교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강 목사는 성서와 그리스도, 예수의 생애, 그리스도 신앙공동체를 주제로 기독교의 핵심 교리 18가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설교하듯이 구어체로 서술해 읽기에도 편하다.

그는 우선 한국 교회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성서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도들이 많이 모이는 상당수의 교회들도 성서의 하나님을 그저 복 받는 데 이용함으로써 기독교를 기복종교로 변질시켰으며, 자본주의 사회에 잘 적응함으로써 성공적 삶을 살도록 만드는 비법이나 전수하는 종교로 추락시키고 말았다.”

강 목사는 “성서를 문자적으로 오류가 없는 신적 계시의 책으로 잘못 이해하면 근본주의적 기독교 집단으로 전락하고 많은 과오를 낳게 된다”면서 “성서가 오늘도 살아 있는 생명의 말씀이 되려면 상황 속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목사는 교리에 대해서도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성서 내용에 대해 강 목사는 “부자는 이미 땅 위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지만 사실은 지옥에 살고 있는 것이며,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하늘나라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신앙공동체는 기독교나 어느 종교를 떠나서 전 인류의, 전 우주의 평화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경남도 화전민촌에서 태어나 열네 살 때부터 기독교를 믿기 시작한 강 목사는 광복 후 월남해 서울 경동교회 담임목사, 크리스찬아카데미(현 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 방송위원장을 맡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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