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싸우는 교황 모습…인간 생명 존귀함의 증거

  • 입력 2005년 2월 2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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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는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곧 안정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당시 상황은 생각보다 긴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관계자는 교황이 10분만 늦게 도착했어도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상태가 나빴다고 전했다.

그 뿐만 아니다. 오랫동안 파킨슨병을 앓아온 교황은 몇 마디 말만 해도 숨이 차고 목소리가 떨린다. 표정에는 몸짓 하나에도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 역력하다. 그러나 그의 사임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일까.

뉴스위크 최신호(28일자)는 교황이 병마와 싸우며 고통받는 모습 자체가 전 세계 신자들에게 보내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고귀한 수난’이 바로 그것. 안락사와 낙태로 생명이 위협받는 세상에서 처연한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삶을 살아냄으로써 생명의 고귀함을 몸소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신자들은 고통스러워하는 교황의 표정과 몸짓을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고통과 연관시켜 생각하기도 한다.

가톨릭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는 교황이 이제는 사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퇴원 이후 처음으로 집전한 20일 일요미사에서 교황은 “양떼를 지켜야 한다는 소명은…(내) 안에 살아 있다”고 말해 사퇴론에 대한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병세 악화로 직접 집전하지 못했던 사순절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9일) 미사에서도 그는 전 세계 고통받는 이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당신의 수난은 결코 아무 소용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우 값진 경험입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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