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공연기간 짧아 적자 수렁 전용극장이 아쉽다

  • 입력 2005년 2월 1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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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페라의 유령’ 공연은 뮤지컬이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뒤 손에 쥔 흥행 성적표는 총관람객 24만 명에 평균 객석 점유율 96%, 매출 192억 원. 무모한 ‘도박’은 순이익 42억 원의 ‘대박’으로 끝났다. ‘뮤지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입증됐고 투자자들이 뮤지컬 시장에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은 아직 예외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맘마미아’처럼 크게 히트한 작품들도 수치상으로는 ‘대박’이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남긴 것이 없는 ‘속빈 강정’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공연 결산을 통해 뮤지컬 신화의 그림자를 살펴본다.

‘지저스…’는 결산 결과 2588만여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좌석은 A석 3만 원에서 VIP석 12만 원까지로 분류됐으며 13억2000여만 원의 매표 수입을 기록했다. 3000여 석에 이르는 공연장 크기를 감안할 때 유료관객의 객석 점유율 64%는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품과 관련된 수치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국내 제작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가장 큰 문제점은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기 때문에 작품성이나 히트 여부와 상관없이 장기공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공연 횟수는 16회에 그쳤다.

뮤지컬은 장르 속성상 세트 도구 의상 등 적지 않은 장치 제작비가 요구된다. 이 작품에서도 장치 제작비로 2억 원이 넘게 투입됐다. 하지만 공연 횟수가 한정됨에 따라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하고도 ‘반짝 공연’으로 끝나게 된 것. 이는 다시 티켓 가격이 비싸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브로드웨이에서 히트 뮤지컬은 대부분 장기 공연에 돌입하고 일본 극단 ‘시키’는 1983년부터 98년까지 ‘캣츠’를 3800여 회나 공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작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면서 마케팅 과당 경쟁의 후유증도 적지 않다. 실제 ‘지저스…’의 경우 인건비 다음으로 많은 3억여 원을 마케팅비로 투입했다.

‘명성황후’ ‘난타’를 빼면 대박 뮤지컬의 대부분이 라이선스 작품이라는 것도 수익구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지저스…’는 로열티와 번역 등 프로젝트 개발비용으로 1억2300여 만 원을 썼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도입은 배우는 물론 음악 무대까지 장기적으로 뮤지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학습론도 있지만 창작 뮤지컬의 의욕을 꺾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브로드웨이 브랜드를 선호하는 팬들의 반응과 배우 작곡 연출 등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제작사들이 창작 뮤지컬보다는 라이선스 작품에 의존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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