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내 안에, 네 안에, 사랑있다

  • 입력 2005년 2월 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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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이래서 좋은 것일까?

‘공연 배달 서비스-간다’의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사진)는 젊은 배우들의 열정과 신생 극단의 풋풋함,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다른 모든 흠들을 감춰 주고도 남는 작품이다.

10대, 20대 젊은 관객들이 가장 재미있게 볼 듯한 이 뮤지컬은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으나 숲 속에서 혼자 자란 야생 소년과 스스로를 ‘평강’이라 부르는 평강공주의 시녀 ‘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연이’는 우연히 만난 야생 소년에게 ‘온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그에게 몇 마디 말도 가르친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것을 배우는 쪽은 연이다. ‘온달의 자기희생적 사랑을 통한 공주병 걸린 시녀의 자아정체성 찾기’가 주제다.

초반에는 배우들의 ‘이미지’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온달과 평강(연이)의 ‘이야기’에 무게가 주어지는 이 작품의 특징은 배우의 ‘몸’을 극대화해 사용한다는 것. 음향효과나 소품의 도움 없이 배우 8명의 몸짓과 소리로만 나무, 숲, 호수 등을 다양한 시청각적 이미지로 빚어낸다.

배우의 가창력을 비롯해 전체 작품의 완성도는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제법 영리하게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나’ ‘너’ ‘가’ ‘와’ ‘네’ ‘아니’ ‘꽃’ ‘예뻐요’ 등 오로지 여덟 단어밖에 할 줄 모르는 온달이 이 단어를 응용해 연이와 나누는 대화는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마지막엔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온달의 마지막 대사인 “예뻐요”가 바로 ‘사랑해요’라는 의미임을 깨닫는 순간, 관객들은 사랑을 고백하는 데는 많은 말이나 화려한 미사여구가 필요 없음을 알게 된다.

20일까지. 화∼금 오후 7시 반, 토 4시 반 7시 반, 일 3시 6시(8, 9일 공연 없음), 10일 4시 반, 14일 7시 반 공연. 티켓은 1만, 2만 원. 02-741-3934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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