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 입력 2005년 1월 28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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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저 높은 정상을 목표로 올라가는 등반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 방향을 좇아 꾸준히 ‘나’를 찾아가는 사막의 여정이다. 사진 제공 김영사
인생은 저 높은 정상을 목표로 올라가는 등반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 방향을 좇아 꾸준히 ‘나’를 찾아가는 사막의 여정이다. 사진 제공 김영사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스티브 도나휴 지음·고상숙 옮김/217쪽·9900원·김영사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는 2, 3인용 원탁을 놓으면 꽉 차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 좁은 곳을 오르기 위해 사람들은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운다. 베이스캠프와 정상 공격 캠프는 어디에 몇 곳을 설치할지, 정상 공격은 언제 몇 명이 시작할지 등등.

이처럼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한 등정을 사람들은 종종 인생에 비유한다. 산꼭대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한발 한발 오르는 것이 삶의 목표를 정하고 매진하는 인생과 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생이 과연 그런 것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결혼은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혼도 그러한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은 어떻고 갑작스러운 실업은 어떤가. 삶은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삶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막을 건너는 것이다. 특히 인생이 불확실해 보이고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때, 계획과 경험과 준비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산을 오르는 법은 이제 머리에서 지우고 사막을 건너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사막에 보이는 목표란 없다. 끝없는 모래와 자갈밭을 헤쳐가려면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찾아야 할, 살아가는 방법 또는 존재하는 방법이다. 방향이 올바르다면 목표가 아니라 사막을 건너는 여정 자체에 중점을 둘 수 있다.

사막 깊숙이 들어가 자신의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자는 1977년 스무 살을 갓 넘어 프랑스에서 무작정 ‘남쪽’을 향해 떠났다. 프랑스인 친구 2명과 차를 얻어 타고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40여 일의 여정은 그에게 삶의 진정한 모습과 그것을 겪어내는 법을 보여줬다.

저자는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고 한다. 일과 휴식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지금, 저녁 식사시간에는 휴대전화를 꺼놓고, 휴가 때는 노트북PC를 가져가지 말라고 한다.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는 주문에는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고도 한다. 저자는 예전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때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자아(自我)에서 공기를 조금 빼라고 말한다. 자기가 완벽하지 못하며,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작은 진실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 즉, 겸허해지라고 한다.

저자는 이 밖에도 다른 사람과 함께하며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것과 자신에게 친숙한 모든 것에서 떨어져 보는 것, 그리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잘못된 신념에 도전하라는 것 등을 제시한다.

결국 ‘사막 건너기’는 인생의 허망한 목표에서 시선을 돌려 그동안 소홀히 했던 나와 내 주위에 애정 어린 시선을 골고루 주는 것에서 시작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는 ‘Shifting Sands’(2004년).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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