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죽비 소리’…가슴 울리는 선조들의 명언

  • 입력 2005년 1월 14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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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소리/정민 지음/326쪽·1만2000원·마음산책

‘벌 한 통을 오동나무 그늘에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가서 살펴보니, 법도가 몹시 엄격합디다. 나라꼴이 벌만도 못하니 사람으로 하여금 풀이 꺾이게 하는구려.’

허균(許筠·1569∼1618)이 유배 가 있을 때 쓴 편지다. 이 글을 놓고 저자가 뜻을 새긴다. ‘도무지 손발이 안 맞고,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 나라꼴…그 생각만 하면 입맛이 떨어졌겠지.’

좋은 문장은 죽비 소리처럼 사람의 정신을 깨운다. 한문학자인 저자가 고려 초에서 조선 말까지 명 문장가들의 문장을 뽑아 번역한 뒤 평설(評說)을 달았다.

“중국 사람의 금언을 모은 책은 많다. 서양 격언을 모은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것은 별로 보지 못했다.” 저자는 ‘책머리에’에서 책을 쓰게 만든 내면의 아쉬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권하는, 이런 문장들은 어떤가.

‘새의 즐거움은 깊은 숲 속에 있고, 물고기의 즐거움은 깊은 물에 있다. 물고기가 물을 사랑한다고 해서 새까지 깊은 못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이자현·李資玄·1061∼1125) ‘정신은 쉬 소모되고, 세월은 금세 지나가버린다. 천지간에 가장 애석한 일은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이덕무·李德懋·1741∼1793)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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