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데이트]강우석 “중산층 힘빼는 자가 진짜 공공의 적”

  • 입력 2005년 1월 13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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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 성공 이후 사회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힌 강우석 감독.
영화 ‘실미도’ 성공 이후 사회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힌 강우석 감독.
충무로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사회에서 가장 힘센 사람을 비판하고 나섰다. ‘실미도’로 1000만 명 관객 돌파란 ‘신화’를 세웠던 ‘흥행의 귀재’ 강우석 감독(45)이 1년 만에 ‘공공의 적 2’를 들고 나왔다.

13일 밤, 경기 남양주시 종합촬영소에서 이 영화의 막바지 녹음 믹싱 작업을 하고 있는 강 감독을 만났다.

―이번엔 사학재단 이사장(정준호)을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 사학에 불만이라도….

“전편의 존속살인범은 ‘잡범’이다. ‘실미도’ 이후 사회를 보는 눈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진짜 이 시대의 공공의 적이 누구냐, 중산층을 가장 짜증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를 되물었다. 사학재단 비리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돈을 가진 자가 그 돈으로 나쁜 짓을 한다는 이야기의 한 배경일 뿐이지.”

―부자가 잘못인가.

“이건 부자를 공격하는 영화가 아니라 ‘존경받는 부자가 되자’고 말하는 영화다. 지금을 ‘부자가 공격당하고 강남이 공격당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땐 ‘정말 착한 부자가 그렇지 못한 부자 때문에 숨죽이고 사는 사회’라고 해야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시네마서비스 대주주인 강 감독이야말로 부자다.

“그래서 부자가 존경받는 쪽으로 가보자는 거지. 만약 내가 이 영화에 나오는 나쁜 짓 중 단 하나라도 한다면 그땐 난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거다. 내가 탈세를 한다든지 해외로 돈을 빼돌린다든지 한다면, 과거에 했든 지금 하고 있든 앞으로 할 것이든 난 작살난다.”

강 감독은 5월부터 바로 차기작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내용이 세금 안 내고 도망 다니는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코미디영화라고 말했다.

―사회문제로 흐르면 흥행엔 신경 안 쓴다는 건가.

“반대다. 이번엔 관객이 얼마나 ‘공공의 적’에 공분하는가가 흥행의 관건이다. 전편처럼 재미 위주로 가면 오히려 흥행이 안 된다. 왜냐.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거든. 사람들마다 ‘죽겠다. 미래가 불안하다’ 일색이거든. 더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미’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더 재밌는 거지.”

―‘충무로 파워 1위’인 강 감독이 ‘사회의 파워’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다?

“좀 잘난 척하자면, 그건 맞는 얘기다. 그래서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공공의 적’으로 왜 하필 정준호를 택했나.

“그렇게 잘생긴 자가 악역을 하면 관객이 얼마나 즐거워하겠나. 잘생긴 놈이 악역 하는 게 진짜배기다. 얼굴부터 나쁜 놈 냄새 풀풀 풍기면 시작부터 하품 나온다. 겉으론 모범생으로 살고 속으론 ‘양아치’고, 이런 이중성이 진짜 나쁜 거다. 관객이 봤을 때 ‘저 악한 놈은 주인공이 이기기 힘들겠다’는 느낌을 확 줘야 한다. 극한까지 가야 돼.”

―전작 ‘실미도’가 관객 1000만 명을 처음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다음 영화 흥행이 부담될 텐데, 1년 만에 차기작을 들고 나왔다.

“내가 뭐 불멸의 한 작품만 남길 예술가도 아니고… 요즘 감독들은 뭐 하나 흥행하면 목에 힘이 들어가서 무슨 연구들을 하는지 (차기작에) 몇 년씩 걸린다. 욕먹는 거 겁내면 안 된다. 이번에도 1000만 명 갈 거냐고? 내 느낌에 300만∼400만(명)짜리 영화 같지는 않다.”

―흥행 비결은….

“감독은 자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돈을 버리게 하고 시간을 버리게 하면 안 된다. 그건 관객에 대한 배신이다. 관객에게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해야 한다. 관객이 조금이라도 짜증내면 미쳐버릴 것 같아야 한다.”

돈만을 숭배하는 사학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를 정의파 검사 강철중(설경구)이 응징한다는 내용의 영화 ‘공공의 적 2’는 27일 개봉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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