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2004년 연애 실패담&성공담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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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진정 그대가 사랑을 원할 때, 그대를 기다리는 사랑을 발견하리라.” 동서고금을 아울러 연애는 인류의 공통된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사랑과 실연, 좌절과 희망 사이를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는 연애.

2004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싱글 남녀들이 겪은 올 한 해 연애 스토리를 전한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자니 똑같은 상황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생각이 전혀 다를 때가 많았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여주인공처럼 적어내리는 상황별 성공담과 실패담을 ‘남녀 연애사전’ 삼아 더욱 현명한 2005년의 연애를 꿈꾼다.》

○ 착한 여자의 함정

▽여자A(29)=아무리 똑똑한 여자라 해도 사랑에 빠지면 남자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잖아요. 남자의 행방을 늘 묻고, 이것저것 선물도 챙겨주고, 남자가 궁할 땐 돈도 주었죠. 어느 날 남자가 떠나갔어요. 부담스럽다고, 자신이 초라해진다고. 다음 연애에는 집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다른 남자를 만나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나를 발견했죠.

▽남자B(34)=연애 초기에는 여자가 “좋아한다”고 표현하면 감정이 급속히 발전하죠. 그러나 일단 안정기에 접어들면 여자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어요. “어디야?” “뭐해?”. 남자는 본능적으로 간섭받기 싫잖아요. 여자를 향해 스스로 다가갈 때 자아도취에 빠지죠. 무조건 순종하고 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형’ 여자는 싫증나요. 그렇다고 잘난 체만 하는 여자도 매력 없어요.

○ 섹스의 타이밍과 위력

▽여자C(33)=미국에 살면서 한국을 오가는 사업가와 소개로 만났어요. 첫 데이트에서 그는 나와 사귀기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에 좀 더 머무르겠다 말했죠. 밤 12시를 넘긴 세 번째 데이트에서 그는 승용차를 모텔 앞에 세운 뒤 “당신과 좀 더 같이 있고 싶다”고 했어요. 잠시 고민한 후 거절했죠.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이후 매일 내게 전화하죠. 내 자신의 가치가 격상된 기분이에요.

▽남자D(41)=대부분의 남자는 처음 만났건 열 번 만났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섹스 생각을 합니다.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할까요. 섹스 이후 여자는 남자에게 매달리고, 남자는 ‘낚은 고기’로 여긴다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와의 섹스 이후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여자가 그 후 ‘쿨하게’ 행동한다면 더욱 매력을 느끼죠. 다만 섹스를 스포츠와 레저로 여기는 여자라면 곤란하죠.

○ 늘 바쁜 남자

▽여자E(32)=남자친구는 늘 바빠요. 직업 성격상 밤늦게 일이 끝날 때가 많은 데다 휴일 근무도 다반사죠. 그럼에도 그를 이해하겠다고 늘 감정을 다스리죠.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 무렵은 결코 용서할 수 없어요. 홀어머니와 함께 성당 미사를 가겠다고 크리스마스이브를 지나친 것은 그렇다고 해도, 크리스마스 저녁마저 부서 회식 때문에 나와 만나지 않은 거예요. 그는 과연 날 사랑할까요.

▽여자E의 남자친구(32)=그녀를 사랑합니다만 사회생활에 인생을 걸고 싶습니다. 바쁜 내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라면 사귀고 싶지 않습니다.

▽남자F(33)=아무리 바쁜 남자라도 여자를 사랑한다면 크리스마스에는 작은 이벤트라도 계획합니다. 남자는 여자가 기뻐하는 모습을 통해 행복을 느끼니까요. 바쁜 남자에게는 보채지 말고 느긋이 기다리는 전략도 필요할 듯싶습니다.

○ 연애의 기술

요즘 싸이월드에는 남녀간 대화의 속뜻 풀이가 유행한다. 예를 들면 “나중에 연락할게”라는 말은 “연락 기다리지 마”, “좋아 보이네”는 “난 지금 행복하지 않아”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싸이월드에는 1930년대 모 잡지에 실렸던 ‘연애 10계’도 소개됐다. △연애 도중 상대에게서 절망을 느낄 때에는 칼 같은 마음을 먹고 단념할 것 △연애는 동정에서부터가 아니고 존경에서부터임을 인식할 것 △어디까지든 신중하고 유희적인 연애는 절대로 피할 것 △감정에 흐르지 말고 이성에 눈 떠야 할 것 등. 백미는 ‘연애는 인생 최대의 사업도 아닌 동시에 무상의 향락도 아님을 깨달을 것’이다. 현대의 연애 10계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20, 30대 남녀들이 말하는 연애 ‘선수’들의 성향은 대략 이렇다.

남자는 여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섹스와 헤어짐 등에 대한 사후 관리가 철저하다. 여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 유머러스하게 공통된 화제를 유도한다.

반면 여자는 남자의 질투심을 적당히 유발한다. 연애 스케줄에 대한 작전을 짜지 않고 ‘만만디’ 정신으로 남자가 준비하고 베풀 수 있는 여지를 둔다. 아주 적절한 시기에 촉촉하고 그윽한 눈빛을 보낸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스토리 컨설턴트 그렉 버렌트 씨 등이 쓴 책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도 싱글 여자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 있다.

“우린 친구잖아” “많이 바빠” “난 나쁜 남자야” “전화해” “아직 준비가 안 됐어”라고 말하는 남자는 한결같이 “난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어”라는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성공적인 연애의 첫걸음은 상대방 마음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그리고 어떤 경우든 스스로가 충분히 가치 있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싱글들이여, 서로 주고받는 사랑을 찾아 2005년을 향해 다같이 전진!

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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