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육아백과 ‘삐뽀삐뽀119 소아과’ 저자 하정훈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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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훈 원장이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그는 육아상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올바른 육아정보를 상세하게 가르쳐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병기 기자
하정훈 원장이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그는 육아상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올바른 육아정보를 상세하게 가르쳐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병기 기자
《 하정훈.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라면 아주 낯익은 이름이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자 인터넷 육아상담 사이트 ‘babydoctor.co.kr’를 운영하는 소아과 의사다.

‘삐뽀삐뽀…’는 1997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32쇄를 찍으면서 모두 12만 부가 팔렸고, 육아상담 사이트에는 800만 명이 넘게 다녀갔다.

상담 건수만 20만 건이 넘는다.

‘육아계의 지존’이라 할 만한 그를 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상가건물 2층에 있는 ‘하정훈 소아과’원장이다.》

○ 부모도 알 권리가 있다

하 원장이 온라인 통신 상담을 시작한 것은 1993년 무렵. 당시 PC통신 육아상담코너에서 엄마들이 엉터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보고 ‘참다못해’ 나섰고, 98년 홈페이지를 개설해 상담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아이 키우다보면 모르는 게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고민들을 제대로 알려줄 창구가 필요하다 싶었어요.”

게시판에 올라오는 모든 질문은 하 원장이 직접 답한다. 그의 답변은 소아과 교과서에 나오는 상투적인 것들과는 다르다. 쉽고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이다. 밤중 수유를 중단하라면서 “엄마가 죄지었습니까? 엄마도 살아야지요”라고 한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 전담직원 인건비까지 포함해 1년에 5000만 원이 넘게 들지만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 광고도 거의 없다. 분유 광고는 절대 사절이다.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소아과 의사로서의 양심 때문이다. 사이트 도메인을 20억 원에 팔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돈을 받아야 할 정도가 되면 그땐 그만둬야죠. 아직은 먹고 살 만합니다.”

병원에서도 방문객들이 육아정보를 최대한 얻어 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육아정보를 벽보로 만들어 붙여 놓고, 대형 스크린으로 최신 정보를 반복해 내 보낸다. 진찰실에는 3명씩 들어간다. 1명이 진찰받는 동안 하 원장이 하는 이야기를 다른 엄마들도 함께 들으라는 취지다. “의사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다. 병원으로 걸려오는 문의전화도 모두 직접 받는다.

10년 넘게 상담을 해 오다 보니 생생한 자료가 자연스레 쌓이기도 하지만 국내외 육아관련 서적을 1년에 몇 백만 원어치씩 사 모으며 공부한다.

○ 동네 의사 아저씨

아이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그는 진료를 할 때 흰 가운 대신 평상복을 입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위장복’이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아찌’라고 소개한다. 청진기를 들이대며 “아찌가 한 번 봐 줄게”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친근한 ‘의사 아찌’지만 엄마들에게는 호된 ‘의사 선생님’이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잘못된 육아를 하고 있지 않은지 조목조목 따지기 일쑤다. 무뚝뚝하고 빠른 경상도 말씨 탓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잘못하는 것을 눈 뜨고 못 보는’ 성격이다.

부인(소아과 전문의 정유미 씨·모유수유 클리닉 운영)도 함께 병원에 나오기 때문에 아이 둘(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베이비시터와 가사도우미를 각각 두고 키웠다. 때문에 직장여성들에게 모유수유법이나 이유식 만드는 법을 안내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쓴다. 모유수유에 앞장서지만 ‘분유 먹이는 엄마들을 가슴 아프게 하는’ 모유수유 캠페인에는 반대다.

하 원장의 병원은 15년째 사당동의 ‘동네 소아과’다. 큰 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바로 옆 동네인 ‘강남’으로 이사할 생각도 없다.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데 저는 명의(名醫)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뿐이죠. 앞으로도 꼬마들에게 친근한 동네 소아과 의사로만 남고 싶습니다.”

▼하정훈 원장의 육아 7계명▼

·병원비 아끼지 말자. 어릴 때 건강해야 나중에 의료비도 절약된다.

·수면교육을 시키자. 생후 2개월부터 스스로 잠드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스스로 먹는 교육을 시키자. 생후 7, 8개월 때 핑거푸드부터 시작하는 게 적당하다.

·버릇을 가르치자. 생후 8개월부터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

·두 돌이 지나면 저지방 우유를 먹이자. 성인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고기를 먹이자. 고기 섭취는 두뇌 발달을 돕는다.

·소아과에 갈 때 질문사항을 메모해 의사에게 육아법을 물어보자.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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