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세계의 축소 복제품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뮐라시옹의 시대, 지도라고 꼭 실체만 복제하란 법이 있는가. 1997년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 두 사람은 인간 마음의 세계를 지도로 그려 보자는 기발한 착상을 한다. 그리고 권태, 망각, 공허, 정열, 불행, 모험, 쾌락, 변화, 죽음 등 인생을 살면서 한번씩 맞닥뜨리게 될 경험세계의 지도를 만들어 낸다. ‘망각의 섬’은 ‘무슨 해협이더라?’라는 해협에 싸인 채 ‘음…’과 ‘에…’라는 마을이 자리 잡고, ‘공허의 대륙’에는 ‘고독의 평야’를 건너면 다시 ‘절망의 사막’이 펼쳐진다는 식이다. ‘삶의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각각의 지도 앞에는 위트 넘치는 안내서도 곁들여져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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