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아이로 돌아간 노인’ 치매환자들의 삶은…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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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방영될 ‘MBC스페셜-기억의 황혼, 치매’. 치매 노인 환자들의 생활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사진제공 MBC
12일 밤 방영될 ‘MBC스페셜-기억의 황혼, 치매’. 치매 노인 환자들의 생활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사진제공 MBC
치매에 걸린 이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난감한 병일 뿐일까. 12일 밤 10시35분 방영되는 ‘MBC 스페셜-기억의 황혼, 치매’는 환자들의 관점에서 치매 이후의 삶의 의미를 보여준다.

제작진은 충남 연기군에 있는 ‘성 요셉 치매센터’에서 40여명의 무의탁 노인 치매 환자들과 한 달 동안 함께 기거하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프로그램에는 아이가 아프다는 환청에 시달려 매일 집에 가야 한다고 문고리를 잡는 할머니, 결벽증으로 한번 세면대에 가면 3∼4시간 떠나지 않고 계속 얼굴을 닦는 할머니, 어디론가 가야 한다며 방과 치매센터 주변을 배회하는 할머니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툭하면 서로 싸우고 화내지만 잠시 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함께 활짝 웃는다.

프로그램은 치매 센터가 칙칙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병동이 아니라 치매 환자들이 나름대로 행복과 즐거움을 찾고 있는 곳임을 보여준다.

치매 노인들은 과거가 하나씩 지워지는데도 자녀와 가족에 대한 기억은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한 할머니는 손자 손녀들을 가르쳐야 한다며 끊임없이 영어 문장을 암기하려 한다. 또 다른 할머니들은 먹을 게 생기면 가족에게 주겠다며 손에 꼭 쥐고 있고, 시장에서도 가족에게 줄 양말과 옷부터 고른다.

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친정이며 만나고 싶은 이들은 어머니 아버지다. 가족이 보고 싶어 2층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는 할머니는 동생이 찾아오자 울음을 쏟아낸다.

김영호 PD는 “치매 노인들을 좌충우돌하는 환자가 아니라 ‘어린이로 돌아간 늙은이’로 보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며 “치매에 걸린 뒤에도 순수한 사랑과 정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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