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금동근]라 스칼라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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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이 7일 다시 문을 열었다. 보수공사를 위해 2001년 문을 닫은 지 3년 만의 재개관이다. 1778년 문을 연 라 스칼라는 늘 세계 오페라의 중심에 서 있었다. 베르디의 ‘오텔로’와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이곳에서 초연(初演)됐다.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같은 성악가들도 라 스칼라 무대를 통해 오페라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라 스칼라의 보수공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때 라 스칼라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천장과 무대, 객석 등을 대부분 잃었다. 전쟁 중에도 군인과 환자를 위한 공연을 꾸준히 했기에 극장을 잃은 시민들의 상심은 컸다. 그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보수는 빠른 기간에 이뤄졌다. 1944년에는 부분적으로 보수된 상태에서 기념콘서트를 열었고 전쟁이 끝난 뒤인 1946년 4월 완전 복구됐다.

▷800억 원가량이 투입된 이번 보수공사에는 첨단기술이 총동원됐다. 특히 무대공사에 심혈을 기울여 하루 3편의 오페라 공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객석에는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대사가 동시 제공되는 스크린을 설치했다. 새 단장을 마친 라 스칼라는 226년 전 개관일에 상연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오페라 ‘유로파 리코노슈타’를 무대에 올렸다. 역사적인 재개관 공연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해 각국 귀빈이 대거 참석했다. 밀라노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 실황이 중계됐고, 산 비토레 감옥의 죄수들도 공연을 감상했다.

▷음향과 무대가 완벽해진 라 스칼라의 재탄생에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한숨소리도 들린다. 라 스칼라의 세계적 명성은 시설이 좋아서가 아니라 위대한 음악가들 덕분이었다. 그러나 도니체티, 벨리니, 베르디 등 이탈리아 오페라를 이끌어 왔던 작곡가 계보는 80년 전 사망한 푸치니를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토스카니니, 무티의 뒤를 이을 만한 지휘자도 보이지 않는다. 성악가 계보도 파바로티를 끝으로 끊길 위기에 처했다. 기술의 발달로 ‘하드웨어’인 공연장 수준은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채울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랴.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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