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표적 유전자 분석
변이 있으면 감량 효과 더 증가
유전자 따라 맞춤 처방 길 열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 노디스크 제공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의 체중 감량 효과와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임상시험 결과 평균 체중 감소율은 10.2%다. 그러나 실제로는 25% 이상 감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5% 미만 감량에 그치거나 오히려 체중이 늘어난 사람도 32.2%에 달한다. 메스꺼움과 구토 등 부작용도 사람마다 다르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전체 분석 기업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가 ‘약물 표적 유전자 변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를 확장하면 개인 맞춤형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차오쥐안 제인 수 ‘23앤드미’ 연구소 연구원팀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2만7885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약물 반응의 차이를 만드는 유전 변이를 찾아내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8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위고비·오젬픽)와 티르제파타이드(상품명 마운자로·젭바운드) 같은 GLP-1 계열 약물은 비만 치료에 혁신을 가져왔다.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이 GLP-1 계열 약을 사용한 적이 있을 정도다.
연구팀은 미국 유전자 검사 서비스 업체 ‘23앤드미’ 이용자 중 GLP-1 약물 복용 경험이 있는 2만7885명을 대상으로 체중 변화와 부작용을 설문 조사하고 유전체 전체를 대상으로 관련 변이를 탐색했다. 참가자의 평균 복용 기간은 8.3개월로 체중이 평균 11.3kg 줄었다.
분석 결과 GLP-1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 ‘GLP1R’에서 약물 효과와 관련된 변이가 발견됐다. 변이를 하나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평균 0.76kg을 더 감량했고 두 개 가진 사람은 1.52kg을 더 감량했다. 연구팀은 변이가 수용체 단백질의 구조를 바꿔 세포 표면에 수용체가 더 많이 발현되고 그만큼 약물이 잘 결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GLP1R 유전자 영역에서 메스꺼움과 구토 부작용과 관련된 변이도 발견됐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큰 변이와 부작용 변이가 같이 작용해 약효가 좋을수록 메스꺼움도 심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유전 변이와 나이, 성별, 약물 종류, 복용 기간 등을 조합해 약 효과를 미리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모델에서 감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된 사람이 실제로도 더 많이 체중을 감량해 모델의 성능도 검증했다.
연구팀은 “약물 표적 유전자의 변이가 치료 반응 차이를 만든다는 유전자 관련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며 “유전 정보를 활용하면 환자별로 어떤 약이 잘 맞고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는지 치료 시작 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처에 함께 실린 논평에서 위고비·오젬픽을 만든 노보 노디스크의 재단이 지원하는 연구센터 소속인 루스 J F 루스 코펜하겐대 교수는 “현재 모델이 설명하는 변동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75%를 밝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유전 정보와 임상 정보를 결합하면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골라주는 맞춤 치료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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