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다이어트’ 得보다 失많다

  • 입력 2004년 11월 29일 20시 00분


코멘트
《서울 강남의 A산부인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몸무게 3kg 미만이 대부분이다. 요즘 신생아의 평균 몸무게는 여아 3.2kg, 남아 3.3kg인데 왜 이 산부인과의 신생아들은 3kg이 안 될까? 이 병원에서 올해 7월 넷째아이를 출산한 장모씨(33·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몸매에 신경을 쓰는 산모들이 많아 임신 중에도 다이어트를 한 탓”이라고 귀띔했다.》

첫 임신 때 몸무게가 23kg 늘었다가 출산 1년이 지난 뒤에도 10kg이 남은 직장인 이모씨(32)는 최근 둘째를 임신하자 겁이 나고 우울해졌다. 또 몸무게가 10kg이 늘어나면 영락없이 비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몸짱 신드롬’으로 임신부까지도 체중조절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임신부가 잘 먹어야 엄마와 태아가 모두 건강하다는 믿음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출산 후 몸매를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은 임신 중에까지 체중조절에 나서고 있다.

적당한 운동은 임산부에게 좋다. 골반과 척추 부담을 풀어주는 좌우균형 잡기(왼쪽)와 골반을 튼튼하게 해 주는 옆구리 늘리기 요가법. 동아일보 자료사진

할리우드 스타뿐 아니라 국내 연예인들도 군살 없이 배만 예쁘게 나온 몸매를 과시해 임신부의 다이어트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살이 빠지지 않으면 임신 전 몸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소문에 예비산모들은 아예 산전 몸매관리에 돌입하고 있다.

강남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이승헌 부원장은 “몸무게 조절을 위한 운동이나 식이요법에 대해 묻거나 ‘살도 안 찌고 건강한 아기도 낳는 법은 없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 부원장에 따르면 △30대 이전에 첫 아이를 가진 여성 △첫째 때 워낙 살이 쪄서 체형이 변했던 여성이 몸매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남편들이 노골적으로 아내에게 다이어트를 요구하기도 한다. 첫째를 낳고 살이 많이 찐 김모씨는 임신 전 입었던 옷이 맞지 않는 데다가 남편의 구박마저 심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여성은 얼마 전 아끼던 결혼 예복을 미혼인 여동생에게 주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이런 날씬한 임신부에 대한 열망과는 달리 임신 중 다이어트는 엄마나 태아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이 부원장은 “임신 중 5kg 미만으로 몸무게가 늘면 2.5kg 미만의 저체중아를 낳을 위험이 크다”며 “너무 살이 안 찌면 산모는 수유가 어렵고 아기는 영양상태가 나빠지며 산모가 뼈엉성증(골다공증)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충고했다.

또 임신 첫 3개월 중 다이어트나 거식증 등 식사 관련 장애가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무뇌아 또는 척추결함 등 신경계 결함아를 출산할 확률이 2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임신중 지나친 다이어트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

그러나 임신부의 체중증가가 적은 것이 조산이나 유산의 위험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임신부들은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8년차 직장인 김모씨(33·경기 안양시)는 1월 2.75kg의 딸아이를 낳았다. 결혼 후 6년 만에 힘들게 가진 아이지만 자신의 몸매에도 신경이 쓰였다. 임신과 함께 매일 1시간씩 꼬박꼬박 운동을 했고 식이요법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결국 9kg밖에 늘지 않았고 출산 3개월 만에 임신 전 몸무게를 회복했다.

김씨는 “산후조리원에서 다른 아기들과 비교해 보니 우리 아기가 너무 작아서 걱정과 함께 후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임신 전 40kg 미만의 저체중 임신부는 15kg 정도까지, 65kg 이상으로 원래 몸무게가 좀 있는 사람은 6∼7kg만 늘려도 된다”고 조언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출산후에 몸무게 1∼3㎏ 느는 건 정상 수유때 거의 빠져▼

임신부는 출산까지 평균 11∼12.5kg의 몸무게가 늘어난다. 태반 양수 등이 9kg 정도이며 지방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임신 8∼20주에는 주당 0.3kg, 이후에는 0.5kg씩 늘어난다. 출산 후에 1∼3kg 느는 것도 정상이다. 임신 중에 늘어난 몸무게는 수유기에 대부분 빠진다.

20kg 이상 몸무게가 늘면 ‘임신 중 비만’으로 본다. 이 경우 당뇨 또는 임신중독증에 걸리거나 비만한 아기를 낳을 위험이 크다. 태아가 비정상적으로 크면 제왕절개 확률도 높아진다. 반대로 몸무게가 너무 늘지 않아도 초음파검사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발육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태아의 몸무게는 임신 28주부터 크게 늘어난다. 임신 초기부터 이때까지 유지해 온 임신부의 몸 상태가 태아의 몸무게를 결정한다. 이때부터는 하루 섭취열량을 300∼350Cal 정도 더 늘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밤늦게 많이 먹는 것은 삼간다.

임신부의 단백질 권장량은 하루 70g 정도.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을 것을 의사들은 권한다. 생선 한 토막, 달걀 한 개, 두부 등을 매일 먹도록 한다. 칼슘은 하루에 우유 한 잔이면 충분하다. 철분은 식사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보충제를 먹는 것이 좋다.

운동은 가벼운 수영과 수중체조가 권장된다. 어려운 요가 동작을 무턱대고 따라하면 임신부나 태아 모두에게 좋지 않다. 근력운동의 경우 임신 전부터 꾸준히 해 온 여성이라면 갑자기 그만둘 필요는 없다. 70∼80% 정도로 강도와 시간을 조절해 계속 운동하는 것이 좋다.

운동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임신 8개월 이후에는 힘든 운동은 피한다. 하루 30분의 가벼운 산책 정도가 적당하다.

(도움말=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최준식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이종건 교수)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