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취재 봉쇄’ 파문…“기자 왕래로 기밀유출 우려”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31분


외교통상부가 1일 보안 강화를 이유로 출입기자들의 청사 내 취재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외교부의 이번 조치는 현 정부 들어 취재시스템 개편을 이유로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제한해 온 정부가 정상적인 언론의 취재 활동까지 문제 삼아 강경대응을 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청사 출입 금지 조치 발표=이규형(李揆亨)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늘(1일)부터 외교부 청사의 각 층을 출입할 수 있는 출입카드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그 이유로 최근 발생한 보안 유출 사고가 기자들의 상시 출입 체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고 보안 관련부서가 ‘출입 금지 방안’을 강력히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보안 유출 사고는 본보가 지난달 18일자 A1면에 단독 보도한 ‘미국, 용산기지 이전 때 내기로 한 전술지휘통제(C4I)체계 현대화비용 한국측에 부담 요구’ 기사. 이 보도 이후 국가정보원은 외교부와 국방부에 대한 보안감사를 실시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외교안보분야 공무원이 기밀을 언론에 누설하면 파면 등 일벌백계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해 일선 부처에 하달하기도 했다.

기자들의 출입 카드가 정지되면 18층 건물인 외교부에서 1층 식당, 2층 기자실과 브리핑실, 3층 공보관실에만 언론 접근이 가능하다.

▽출입기자단의 반발=기자단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조치는 ‘심각한 취재활동 침해’라고 성토했다.

출입기자단은 항의 표시로 이날 예정됐던 외교부 간부들과의 정례 간담회, 2일 반기문(潘基文) 장관과의 만찬 간담회를 거부했다.

외교부 사무실은 이중삼중의 보안장치가 돼 있고 그동안 취재진은 외교부와의 ‘신사협정’에 따라 실무과 사무실 출입 등을 자율적으로 자제해 왔다. 외교부는 그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지던 심의관급 이상 간부와의 면담에 대해서는 ‘사전 예약 전화를 하면 비서가 출입문을 열어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단은 “단순히 민감한 사안이 취재 보도됐다는 이유로 취재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무리한 조치를 취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문제점=정부는 본보의 ‘C4I 현대화 비용’ 관련 단독보도의 취재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외교부 출입기자단의 각 층 출입 동선(動線)을 전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기자들의 출입카드를 사실상 교묘한 언론 통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외교부의 이번 조치는 NSC가 기밀 누설 공무원에 대한 파면 불사 방침을 하달한 데 이어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취재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관료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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