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을 깊은 그곳, 클래식이 있었다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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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의 외관
‘더 클래식’의 외관
늦은 10월, 팔당대교를 지나 경기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으로 가는 길은 햇살이 청명했다. 천진암 계곡을 따라 차를 몬 지 5분쯤. 길가 양지바른 산마루에 클래식 카페 ‘더 클래식’ 표지판이 보였다.

‘더 클래식’은 6월 문을 연 광주시 일대 유일의 클래식 카페. 60평 남짓한 실내공간에 따뜻한 가을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1999년부터 퇴촌에 사는 김근식씨(45)와 부인 이정희씨(43)가 전원에 클래식 카페를 열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단순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사고를 당해 학교에 3개월 동안 못 갔죠. 회복 후 유급을 시킬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이가 ‘혼자 공부할래요’ 하더라고요.”

경기 광주 퇴촌면의 천진암 계곡에 자리잡은 클래식 카페 ‘더 클래식’에서 김근식씨(왼쪽)와 부인 이정희씨(가운데)가 피아노를 전공하는 두 자녀와 함께 했다. 유윤종기자

역시 피아노를 공부하면서 일반계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도 ‘전공과 관계없는 교과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자퇴시킨 뒤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피아노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면소재지에서 멀찍이 떨어진 전원주택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이 집이 눈에 딱 들어왔죠. 아예 피아노 연습뿐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을 열면 어떨까 싶었어요.”

9월 11일 피아니스트 조양명, 테너 김달진씨 등을 초청해 개관 음악회를 열었다. 그 뒤 주말마다 콘서트를 연다. 30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콘서트에는 테너 심재인, 바리톤 김귀국씨가 토스티와 쿠르티스 등의 이탈리아 가곡을 노래한다.

콘서트가 없는 주중에는 29인치 TV와 오디오 시스템으로 콘서트와 오페라 등의 DVD 실황을 소개한다. 두 아이가 유리창으로 드는 햇살을 받으며 손님들 앞에서 연주할 때도 있다. 아직 평일 손님은 20명 남짓. 그러나 주말 연주회 때는 50여석의 좌석이 꽉 찬다.

“수지타산을 생각할 일은 아니죠. 다만 ‘전원 향락지’처럼 알려진 광주시 일대에서 작으나마 ‘문화의 오아시스’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으면 합니다. 단골고객이 많아지면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고급문화의 전파에도 나서 볼 작정입니다.”

031-797-2009, http://cafe.daum.net/theClassic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참살이(웰빙)’ 바람 따라 클래식 카페 붐

최근 ‘참살이’ 붐에 힘입어 호젓한 전원을 배경으로 고전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전원 클래식 카페들이 수도권 일대에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더 클래식’과 비슷한 시기에 경기 파주시 헤이리 아트밸리에는 방송인 황인용씨가 세운 클래식 카페 ‘카메라타’(031-957-3369)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토요일 공개 음악감상회가 열린다. 이에 앞서 6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문을 연 클래식 카페 ‘에피소디아’(031-965-7611)도 160여종의 야생화와 유실수가 있는 정원, 1만여장의 다양한 LP와 CD 음반으로 인기다. www.episo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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