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2046’ 주연 량차오웨이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56분


코멘트
소박한 흰색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의 그는 소년 같았다.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홍콩 왕자웨이(王家衛·46) 감독의 영화 ‘2046’의 주연 량차오웨이(梁朝偉·42·사진). 7일 낮 부산 해운대구 중동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꺼낸 첫마디는 “난 원래 말이 없다. 늘 우울해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였다.

개막작 ‘2046’은 왕 감독의 전작 ‘화양연화’(2000년)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한편으론 단절된 작품. 지독한 사랑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주인공 차우는 호텔에 머물며 옆방인 2046호에 투숙하는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2046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

“이 작품은 제겐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왕 감독은 첫 촬영 때 제게 인물은 ‘화양연화’와 같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2046’은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무엇(사랑)’을 발견하고 찾으려는 영화다. 함께 내한한 왕 감독은 “2046은 처음엔 사랑 이야기였지만, 찍다보니 사랑에 ‘관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나는 사랑에 관해 아무런 정의도 내릴 수 없고 다만 이 영화를 통해 질문을 던질 뿐”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량차오웨이를 관통하는 2개의 키워드는 ‘기다림’과 ‘안타까움’이다. 그 이미지는 저우룬파(周潤發), 리롄제(李連杰), 류더화(劉德華) 등 홍콩 영화의 스타들이 부침(浮沈)을 겪던 1980, 90년대에도 그가 늘 같은 자리에 존재하도록 그를 지켜왔다.

‘2046’은 량차오웨이와 함께 궁리(鞏리) 장쯔이(章子怡) 등 스타급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화제작.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인터넷 예매시작 4분54초 만에 표가 매진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양연화’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2003년 출연작 ‘영웅’이 최근 미국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등 ‘토니 룽’이라는 그의 영어식 이름에 갈수록 무게가 더해진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끊임없는 ‘러브콜’에 대한 그의 대답은 “노(No)”다.

“할리우드는 동양배우의 캐릭터를 제한해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요.”

“연기가 좋아서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허우샤오시엔, 우위선, 장이머우 같은 최고의 감독들과 계속 일할 수 있었다는 ‘운’이 저의 현재를 만들었죠. 한국 영화를 많이 본다는 그는 “최근 영화 중엔 ‘살인의 추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나는 욕심이 굉장히 많은 남자입니다. ‘2046’처럼 한국의 모든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영화를 찍고 싶어요.”

한편 영화제 개막식은 이날 오후 7시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장에서 국내외 배우와 감독, 제작자, 관객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영화배우 안성기와 이영애가 사회를 맡았으며 조직위원장을 맡은 허남식(許南植) 부산시장이 개막선언을 했다.

부산=이승재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