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교수 “정신대, 일본보다 한국이 먼저 반성을…” 파문

  • 입력 2004년 9월 3일 15시 40분


코멘트
“뼈아픈 자기반성 촉구인가, 일본 우익 대변인가”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53)가 지난 2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일제시대 군위안부 문제를 ‘성매매’에 비유하면서 위안소에 들른 한국인 병사들과 업소 주인의 반성을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영훈 교수는 '과거사 진상규명’에 관해 벌인 이날 토론에서 “친일진상규명법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에 적극 협력한 자’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특정인을 죄인으로 몰아 나머지를 면죄시키려는 행위”라고 꼬집으며 “우리 사회는 반성과 자기성찰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는 학자들이 조사한 2000여점의 자기 고백을 기록한 자료집이 보관되어 있으며, 이는 일본 전체가 반성하는 차원에서 전쟁 범죄를 소화하고 극복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비교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한국전쟁 당시 위안소 문제나 미군부대 근처의 소위 택사스촌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수도 한복판에 여자를 쇼 윈도우에 가둬놓고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교수의 발언은 즉시 다른 토론자의 거센 반발을 샀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신대는 조선총독부 권력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서 일종의 성적 노예 상태에 놓였던 것으로, 근본적으로 미군의 경우와 차원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있느냐”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송의원이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동원했다는게 명백하다'고 말하는데 어느 학자가 주장한 것이냐”고 따졌고, 송영길 의원은 “그걸 여지껏 모르냐”고 맞섰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가세“일본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고 따져 묻자 이 영훈 교수는 “일본이 성노예를 관리한 책임이 있으나, 민간인 문제도 따져야 한다”고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노 의원은 “이 교수가 문제의 핵심을 흐려놓는다. 지식인들이 그런 비겁한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에 역사가 청산되지 않은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방송 직후 네티즌 사이 찬반 논란 확산▽

방송이 나간 후인 3일 내내 MBC시청자 게시판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엔 찬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영훈 교수는 평소 “일제시대에는 경제적으로 커다란 발전이 이뤄졌고, 당시 이식된 근대적 자본주의의 토양이 1960년대 이후 비약적 경제성장을 가져왔다”는 등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해 눈길을 끈 바 있기에, 이번 토론회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만 것.

조한이씨는 “이영훈 교수의 사고 방식은 철저한 일본식”이라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정리 규명한 방대한 자료를 보고 찬사를 보낸다는 그의 발언 자체가 우리나라가 얼마나 친일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수씨는 “이 교수는 차라리 일본으로 귀화하라”며 “일본이나 중국은 없는 사실도 만들어 내고, 있는 사실도 왜곡하여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거지를 부리는데, 이 사람은 국가의 녹봉으로 선생질하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강태호씨는 “대한민국 최고 학교의 교수가 ‘정신대’를 현재의 ‘창녀촌’과 같은 개념으로 말하다니 정말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고 개탄했고, 윤상희씨는 “순식간에 창녀가 되어버린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이 교수가 정신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 했다고 주장한 것도 아닌데 본질이 호도됐다며 막무가내식 비난을 삼가자고 우려하기도 했다.

박치원씨는 “이영훈 교수는 한국역사학자들이 연구는 게을리 하고 권력과 손잡고 뭔가를 하려고만 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라며 “정신대는 일본정부의 책임이지만, 그 속에는 자발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본군에 협조한 한국인 포주도 있었는데 이들의 양심선언이 없다는 것을 비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강규씨도 “이 교수의 말은 뼈아픈 자기 성찰이자, 우리 모두 반성하자는 뜻이다. 정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토대로 사과를 받아야지, 흑백논리로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을 수 있나”고 말했다.

▽정대협 “이 교수,즉각 사퇴하라”▽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 신혜수)는 3일 성명서를 내고 이 교수의 교수직 사퇴를 요구했다.

정대협은 “이 교수의 발언은 일본 우익중에서도 극우익에서나 나오는 주장으로, 우리를 경악과 분노에 떨게 한다”며 “이 교수는 피해자와 국민 앞에 공개사과한 후 자진 사퇴하고, 서울대도 이 교수를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