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의 설교, 사람을 낚는다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21분


《우리나라에는 신도가 수천명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가 많다. 이들 교회의 공통점은 목사가 카리스마 넘치는 설교를 통해 신도들을 감화시키고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월간 ‘기독교사상’은 9월 1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 설교를 말한다’를 주제로 신도 수가 많은 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분석, 비평하는 학술회의를 갖는다. 곽선희(소망교회) 김남준(열린교회) 김동호(높은뜻숭의교회) 김삼환(명성교회) 김서택(대구동부교회) 김선도(광림교회) 김진홍(구리 두레교회) 김홍도(금란교회) 오정현(사랑의교회) 옥한흠( 〃 ) 이동원(지구촌교회)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전병욱(삼일교회) 하용조(온누리교회)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의 설교가 비평 대상이다. 이상훈(한국정신문화연구원) 차정식(한일장신대) 김세광(서울장신대) 이승진(천안대) 김회권(숭실대) 심광섭 교수(감신대) 등이 논문을 발표한다. 논문에서 나타난 유명 목사들의 설교 특징을 정리해 본다.》

○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어법이나 문법상 오류가 거의 없고 어휘를 적확하게 사용하는 설교가로 곽선희 김삼환 이동원 목사가 꼽혔다. 이들은 간결명료한 어법을 구사할 뿐 아니라 수사학적 질문과 반복적인 패턴을 통해 매끄럽고 속도감 넘치는 말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깨끗한 구어체 문장과 깔끔한 발음이 호소력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 청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서울 강남에서 대형교회를 이룩한 김선도 곽선희 목사는 강남 중산층 신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설교 주제로 선택한다. 이들은 어느 정도 출세하고 성공한 강남 중산층 신자들이 얻고자 하는 교양적인 내용, 시사적인 문제, 심리적 안정 등을 겨냥한 설교에 강점을 보인다.

‘평신도를 깨운다’는 독특한 목회철학을 구축한 옥한흠 목사는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신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전병욱 목사는 용기가 부족하고 자신감을 상실한 젊은 신자들을 향해 성취 동기를 부여하는 설교를 해 인기를 끌고 있다.

○ 적절한 예화를 든다

김선도 곽선희 이동원 목사는 설교 주제에 걸맞은 예화를 잘 찾아내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은 일상사를 비롯해 정치 경제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화를 통해 감동과 감격, 통찰력을 준다는 것. 이들은 특히 청중의 주목을 끄는 예화나 배경 설명으로 설교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 영적 체험과 간증이 생생하다

조용기 목사는 교회 개척 초기의 고난에 대한 생생한 간증과 아픈 사람을 기도를 통해 치유하는 신비주의적 예배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두레공동체를 이끌어온 김진홍 목사도 서울 청계천 빈민 선교에 지쳤을 때 봤던 예수의 환상, 추운 감옥에서 갑자기 감방 안이 따스하게 느껴진 체험 등 고난시절에 대한 생생한 간증으로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 성서 해석이 뛰어나다

김남준 김진홍 김홍도 목사 등은 일관성 있는 성서 해석으로 신자들의 믿음을 이끌어 낸다.

김남준 목사는 성경의 짤막한 한두 구절을 선택해 청교도적 교리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천착해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김진홍 목사는 성서 전반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와 맥락에 충실하게 성서를 풀어내면서도 시대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설교하는 목사로 평가받았다.



▼일부 헌금강조-개인구원 치중 문제▼

분석 대상 목사 중에는 구복적이고 개인 구원에 치중한 설교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각을 보이거나 헌금을 강조하는 등 교회성장주의에 빠진 설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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