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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7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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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전시 제목은 ‘사진예술(Art in Photography)’. 그간의 전시인 사진의 역사(1회), 실험 사진(2회), 사진이란 무엇인가(3회)가 장르소개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 전시는 ‘사진미학의 본질’을 보여 주는 데 주력했다.
국내 작가로는 ‘아타’로 이름을 바꾼 김아타와 정재규, 고명근, 이정진의 작품이, 외국 작가로는 베른트&힐라 베허 부부, 칸디다 회퍼, 토마스 슈트루트(이상 독일), 빅 뮤니츠(브라질), 히로시 수기모토(일본) 등 모두 아홉 명의 작품이 출품됐다. 해외시장에서 최고 수십만 달러, 최저 3만∼4만 달러에 작품이 팔리는 인기 작가들이다.
‘아타’의 ‘브로드 캐스팅’ 연작은 필름을 겹쳐 인화하거나 공연장, 해바라기, 남녀의 성애 장면을 1시간 동안 연속 촬영으로 포착한 작품들이다. 슬로모션처럼 화면 속 동작의 실루엣들이 겹치기도 하고 아예 한 가운데가 뿌옇게 처리되어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재규는 일상의 이미지를 흑백 사진으로 인화한 뒤 굵직한 실처럼 잘게 썰어 섬유를 짜듯 직조해 누런색의 대형 포장지에 붙였다. 사진이 주는 찰나적인 이미지 대신 과정과 영속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거장9人이 잡은 미학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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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코팅처리 해 아크릴 상자에 붙이는 입체 작업을 해 온 고명근은 이번에도 특정 건물을 부분으로 나눠 모두 찍은 필름을 투명 상자에 붙이는 건축적 이미지의 작품을 냈다. 이정진은 오래되고 낡은 시멘트 벽면들의 한 부분을 확대한 뒤 한지에 인화해 수묵화 같은 효과를 냈다.
최근 서울 pkm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베허부부는 현대 독일 사진계를 이끄는 거장. 채석 운반탑, 용광로, 급수탑, 가스 저장소 등 급속한 산업화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산업 구조물들을 기교를 배제하고 대상에만 충실한 교과서적 방식으로 찍었다. 온갖 기법들로 난무한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새롭게 보인다.
베허 부부의 제자로서 역시 원론적 기법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이는 칸디다 회퍼는 유럽 전역의 미술관이나 도서관, 박물관, 대합실, 회의실 등의 내부를 플래시 없이 자연 빛만 이용해 작은 휴대용 카메라로만 찍었다. 느림과 여유의 미학이 담겨 있다.
이밖에 구멍 뚫는 펀치로 잡지를 오려 낸 조각들을 세잔, 고갱, 모란디의 정물 작품 이미지로 콜라주한 뒤 다시 대형 사진으로 인화한 뮤니츠 열대야자수 대나무숲 등 그늘지고 울창한 자연을 찍은 대작 ‘파라다이스’ 연작을 내 놓은 슈트루트, 건축물들을 초점을 흐리는 기법으로 찍은 스키모토 등의 작품들에는 사진이 주는 차가움 대신 따뜻한 온기가 배어있다.
●첨단보다 감동적인 자연·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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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큐멘터리, 초상, 예술사진 등 다양한 사진작업의 개척자로 한국미술사에 기록된 문선호(1922∼98)의 특별전이 바로 옆 가나 포럼스페이스에서 동시에 열린다. 60∼70년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군동’ ‘하교 길’ 등 낙천적 생명의 힘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촬영한 사진과 김환기, 김창열, 장욱진, 천경자 등 작가와 친분 관계가 있던 미술인들의 진솔한 모습도 보여준다.
29일∼8월29일.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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