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석탄일 법요식 나란히 참석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여야 지도부가 26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일제히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찾았다.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김경제기자
여야 지도부가 26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일제히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찾았다.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김경제기자
여야 지도부는 26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일제히 ‘불심(佛心)잡기’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다.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 스님은 먼저 신 의장에게 “야당도 나와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야당의 요구도 충분히 수렴해 들어줄 것은 들어주고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양해를 구해서 해야 한다”고 ‘상생의 정치’를 주문했다. 또 “내가 힘이 세다고 멋대로 하거나 감언이설로 속여 이익을 챙기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신 의장은 종정에게 3배한 뒤 “명심하고 실천하겠다”며 “직접 뵙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영광”이라고 답했다.

법전 종정은 이어 한나라당 박 대표에게도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위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들어줄 것은 들어주고 조율해야 할 때 조율하는 정치를 하라”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가 “상생을 위한 양보는 힘 있는 사람이 해야 하지만, 서로 양보하겠다”고 답하자 법전 종정은 “힘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다같이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전 종정은 또 “박 대표에게 덕담을 해 달라”는 총무원장 법장(法長) 스님의 요청에 “출격장부(出格丈夫)이다. 선덕여왕의 화신인가? 앞으로 기대가 크다. 선덕여왕처럼 열심히 할 것이다”라고 덕담을 했다. 출격장부란 ‘틀을 뛰어넘어 심공(心空)의 세계에서 급제한 대장부’라는 뜻으로 불교계에서 흔히 출중한 사람을 칭찬할 때 사용하고 있다.

이날 법요식 단상에 나란히 앉은 신 의장과 박 대표는 서로 웃으며 귀엣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법전 종정은 또 민노당 권 대표에게 “민노당의 원내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장 스님은 이날 법요식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법장 스님의 공덕으로 대통령이 복귀한 것 같다”고 말하자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탄핵소추를 경험했는데 악을 보고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스승이 된다”고 화답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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