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선원’대행 스님 “생활 속 모든 문제가 나의 화두”

  • 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46분


대행 스님에게 법어를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그는 “손이 없으면서도 손이 있고 낚싯대가 없으면서도 낚싯대가 있으니, 낚싯대를 던져서 오대산 모란봉에 꽃을 피우면 그 열매도 열릴 테지요”라고 말했다.-김동주기자
대행 스님에게 법어를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그는 “손이 없으면서도 손이 있고 낚싯대가 없으면서도 낚싯대가 있으니, 낚싯대를 던져서 오대산 모란봉에 꽃을 피우면 그 열매도 열릴 테지요”라고 말했다.-김동주기자
“모든 걸 놓으세요. ‘본래의 나’에게 탁 놓고 맡겨 버리세요.”

신도 10만 명에 국내외 23개 지부를 갖고 있는 경기 안양시 석수동의 ‘한마음선원’은 불교 조계종에서 가장 신도수가 많은 사찰이다. 이곳은 비구니 대행(大行·77) 스님이 30여 년 간 일궈온 사찰이다.

그러나 불교계에서는 대행 스님의 법력(法力)과 불사(佛事)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불교계에서 비구니를 홀대하는 풍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마음선원은 20일 오전 비구니 관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행 스님을 만났다.

고려대장경연구소 종림 스님의 말대로 푸근한 ‘시골 할매’ 같은 생김새다. 대행 스님은 ‘스승의 날’에 신도들을 일일이 맞다가 기력이 쇠해 경기 안양시 평촌의 한 병원에서 요양 중 학술대회에서 환영사를 하기 위해 선원에 왔다.

그는 만나자 마자 “모든 것을 ‘본래의 나’에게 맡기라”고 말했다.

“미운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고 합시다. 미운 짓만 하기 때문에 화가 납니다. 그런데 화를, 미운 짓을, 미운 사람을 내 마음에게 맡기는 겁니다. 내게 오는 고통을 가면 가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내버려두자는 겁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본래의 나’를 찾는 그의 수행법은 독특하다. ‘본래의 나’를 주인공, 불성(佛性), 근본 마음 등 다양하게 표현하지만 결론은 하나란 것. 모든 것을 시비(是非)가 없는 ‘본래의 나’에게 맡기면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 되므로 싸울 일도 고통 받을 일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내가 산다, 내가 이것을 해야만 한다’는 집착 때문에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돈을 벌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욕심을 갖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착(着)을 두지 마라’는 겁니다. ‘내가 한다, 내 것이다’ 대신 ‘공(空) 해서 나는 없다, 그냥 더불어 다같이 돌아가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겁니다. 물론 나중에는 ‘공해서 내가 없다’는 생각 자체도 없어지겠지만요.”

그는 선이 어려운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이치를 깨달으면 그만이라는 것. 똥을 보면 더럽게 느끼지만 내 몸 안에 있을 때는 더럽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모두가 하나임을 알면 ‘비구가 높고 비구니가 낮다’거나 ‘비구니는 성불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부질없어지고, 남녀를 불문하고 근본 마음을 찾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음선원은 비구니 160여명을 배출했지만 대행 스님을 법사(法師)로 모시고 정진하는 비구도 50여명이나 된다. 여신도들이 80%를 차지하는 여느 절과 달리 남자 신도가 40%에 이른다.

대행 스님은 선원장이지만 화두를 주지 않는다. 태어난 것 자체가 화두인데 어떤 화두가 더 필요하냐는 것이다. 그도 젊은 시절 ‘내가 누구이며 왜 태어났는가’를 고민하면서 12년간 산과 들로 떠돌았다.

대행 스님은 그래서 생활 속의 선을 강조한다.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가 내 화두입니다. 그 화두를 풀어나가면 ‘참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래의 나’를 발견하라는 그의 말은 “밖에서 부처를 찾지 말라”는 당부로 이어진다.

“밖에 있는 부처님이나 주님을 찾는 것은 기복신앙에 지나지 않아요. 자기가 근본이라고 믿으면 스스로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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