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배낭여행 아는 만큼 즐겁다… 가방은 가볍게 때로는 돈 팍팍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23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가 호주를 방문했을 때 호주 총리 외에 유일하게 만나고 싶어 했다는 인물. 걸프전에 참가했던 미국 육군 공병대가 현지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 들고 다녔다는 여행가이드 책자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저자. 올해 58세로 지금도 1년의 절반 이상 집을 떠나 있는 지구촌 여행가 토니 휠러다.

지난달 하순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관광협회 연차총회에 강연자로 초대받은 그는 잠시 짬을 내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에게 여행에 관한 강연(신발끈 여행사 주최)을 하고 질의응답도 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30년 전만 해도 배낭여행이란 부유층이나 젊은이들에게 국한된 것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면서 “여행이란 세상과 세상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낭여행 철을 앞두고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휠러씨와 론리 플래닛의 수입사면서 배낭여행 전문인 ㈜신발끈 여행사의 여행전문가가 함께 정리한 ‘배낭여행 십계명’을 소개한다. 당대 최고의 여행가가 실제로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종합한 훌륭한 여행 지침이니 잘 간수해 두었다가 여행 중에 실천해 보자.

●론리 플래닛

세계 여행가들 사이에서 ‘여행 바이블’(성경)로 통하는 가이드북(원본은 영어)의 이름이자 이 책만 출간하는 출판사. TV프로덕션도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브랜드 파워 조사에서 소니 삼성에 이어 6위에 오를 만큼 명성이 높다.목적지 가이드북만 400여종(대륙 나라 도시)이며 그 밖에 도시지도(40여종), 자전거&하이킹 가이드(30여종), 음식가이드, 기행문 시리즈 등도 나와 있다. 대학 입학을 미루고 1년쯤 해외여행을 하려는 청소년을 위한 여행지침서(Gap Year Book)도 있다.

이 출판사는 토니 휠러가 부인 모린과 함께 1972년 영국을 출발, 호주까지 9개월간의 여행을 마친 후 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설립됐다. 국내 수입사는 ㈜신발끈 여행사(대표 장영복·www.shoestring.co.kr, 02-333-4151)며 ‘중국’ 등 책자는 한글판(출판사 안 그라픽스)으로 나와 있다.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론리 플래닛 저자들이 정리한 ‘배낭여행 십계명’▼

1. 네 자신을 알라.

여행 계획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세워라. 어떻게 모은 돈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저기를 그냥 지나치라고? 그러나 욕심은 금물. 많은 여행자들이 무리한 계획으로 지쳐버린다. 지치면 즐거운 여행도 악몽이 된다. 게다가 병까지 얻으면 그게 어디 여행인가. 고행이지.

2. 가볍게 떠나라.

필요한 것은 언제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다. 라면 김치 고추장까지도. 다른 여행자와 교환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가방에는 빈 공간을 남겨두자. 여행 중에는 무언가를 꼭 사게 되니까. 일정도 약간은 비워두는 것이 좋다. 빈 시간은 예상치 못했던 많은 경험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3. 때로는 돈을 팍팍 쓰자.

배낭 속에 돈을 싸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배낭여행 아닌가. 예산에 맞추려고 너무 애쓸 것 없다. 지치고 힘들 때는 환상적인 식사와 고급스러운 호텔, 영화와 연극, 마사지에 몸을 맡겨보라. 돈 아낀다고 루브르 앞에서 기념촬영이나 하고 사라진다면 여행자 자격이 없다.

4. 지도를 이용하라.

길 찾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지도 없는 여행은 100% 실패한다. 나라별로 길 체계도 알아두자. 거리의 이정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영어권은 ‘Rd, St, Av’, 프랑스어권은 ‘Rue de∼’, 독어권은 ‘Strasse’, 인도네시아는 ‘Jl’, 태국은 ‘Soi’…. 모두가 ‘거리’를 나타내는 단어다.

5. 희한한 음식을 맛보자.

특이한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이자 특권이다. 현지에서 맛본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은 훗날 즐거운 여담의 환상적인 화제가 된다.

6.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

여행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남들이 놓친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의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주점이나 카페에서는 종종 그곳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곳에 관한 정보는 다른 배낭 여행자와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7. 현지 말을 배워라.

여행의 기본이다.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 ‘얼마예요’ ‘괜찮아요’ 등은 아주 쓸 만하고 유용한 말이다. 또 현지인과 마음을 트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소중한 도구이기도 하다.

8. 여행자나 현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라.

경험자의 추천은 무엇보다 값지고 어느 정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따끈따끈한 조언이다. 또 이런 경험을 듣는 과정에서 친구도 사귀게 되니 정보를 구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

9. 여행 중간에는 쉬는 시간을 가져라.

생전 처음 보는 박물관이 눈앞에 있을지라도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여유를 가져보라. ‘본전이 아깝다’는 생각이 앞서면 불가능한 경험이니 용감히 시도해 보자.

10. 친구에게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걸라.

여행 중에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걸어 안부를 알리다 보면 평소 잊고 지냈던 가족과 친구의 귀중함은 물론 여행의 소중함까지도 새롭게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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