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 ‘개신교 34.4% 천주교 23.4% 불교 11.4%

  • 입력 2004년 5월 6일 19시 06분


제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종교인은 얼마나 될까.

각 교계가 집계한 종교별 의원 수는 개신교 103명(34.4%), 천주교 70명(23.4%), 불교 34명(1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는 국민일보, 천주교는 가톨릭신문, 불교는 불교신문이 각각 집계한 숫자다. 전체 의원 중 3분의 2가 종교를 가진 셈이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전체 인구 중 각 종교의 신자 비율이 불교 25%, 개신교 20%, 천주교 8%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종교별 의원 비율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제16대 국회 때의 41%(273명 중 112명)에 비해 7%포인트 가까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교회별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가 정몽준 이상득 김원기 홍창선 정덕구 박세환 김효석씨 등 7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1위를 기록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교회가 5명, 경기 수원시 중앙침례교회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등 교계 보수 진영의 지지를 기반으로 출범한 한국기독당은 정당별 투표에서 22만8837표(득표율 1.1%)를 얻는 데 그쳐 3% 득표 미달로 해산될 처지다.

▽천주교=인구 대비 신자 비율보다 훨씬 많은 당선자가 나온 천주교는 16대(66명) 때보다 4명이 늘었다. 신자 비율에 비해 천주교 신자 당선자가 많은 이유는 사회지도층이 천주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개신교가 대형교회의 세습과 부정으로, 불교가 94, 98년 폭력사태로 비판받았던 것과는 달리 천주교는 김수환 추기경등의 대사회 발언과 활동이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는 설명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는 “천주교를 믿는 17대 당선자들이 교회에서 주장해 온 ‘생명윤리법’이나 ‘사형폐지법안’ 제정에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교=이번 총선 결과에 당황하고 있다. 불교계는 15대 80여명에서 16대 43명으로 크게 줄어든 데 이어 이번 17대에서도 34명으로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불교계는 다른 종교에 비해 체계적인 포교활동이 부진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자성하고 있다. 교회가 주일학교나 부흥회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전도하는 데 비해 불교는 스님들의 개인적 역량에만 의존했을 뿐이란 지적이다. 불교신문 홍사성 주필은 “불교는 산중(山中)에서 찾아오는 신자들만 받다보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며 “불교적 교리와 믿음을 바탕으로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신자는 전체 불교 신자 가운데 2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총무)는 “16대 의원 중 종교인은 3분의 2가 넘지만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례는 종교가 없는 의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현실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의원들이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느냐보다 각 종교의 가치를 의정활동에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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