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김민기씨 "아이들의 고민, 아이들 눈높이로 풀어"

  • 입력 2004년 5월 2일 17시 30분


'우리는 친구다' 연극 기획 연출가 김민기씨.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우리는 친구다' 연극 기획 연출가 김민기씨.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50대가 되면 아동물을 한 번씩은 건드리게 됩니다. 예전부터 어린이극을 하려고 했는데 더 늦추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지요.”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씨(54)가 처음으로 어린이극을 무대에 올린다. 5일부터 6월 13일까지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우리는 친구다’.

학전의 대표작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의 작품이다. 원제는 ‘막스와 밀리(Max Und Milli)’. 1978년 초연 이래 30년 넘게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독일 그립스 극단의 대표작으로 김씨가 한국적 상황과 정서에 맞게 새롭게 각색했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학원을 12개나 다니는 ‘뭉치’의 가정과 부모의 이혼 이후 겁쟁이가 돼 버린 ‘민호’와 텔레비전에 빠져 사는 ‘슬기’ 남매의 가정을 배경으로 이들이 친구가 돼가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입니다. 그건 독일 아이들의 방과 후 생활과 우리 아이들의 방과 후 생활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충격적인 사건이나 상업적 볼거리로 가득 찬 어린이극은 주입식 교육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극은 만들지는 않을 거란다. 대신 아이들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정서를 제대로 드러내 보이겠단다. 따라서 이 극은 밋밋하고 재미없을 수 있는데 그렇게 접근하는 것이 바로 이 극의 미덕이라고 김씨는 강조했다.

김씨는 “볼거리가 넘치는 자본주의 연극 풍토에서 이러한 접근이 먹힐지 궁금하다”며 “그러나 미리 타협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극들과 분명한 차별성이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고민 고통 슬픔 같은 문제를 그들의 어법으로 직접 다루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뮤지컬을 표방하지는 않지만 뮤지컬보다 음악이 더 많이 들어갔네요.”

그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미 80년대 노래극 ‘개똥이’나 ‘아빠 얼굴 이쁘네요’ ‘엄마 우리 엄마’ 등의 음반작업을 했단다. 그러나 아이들에 의해 불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습작인 셈이라고 자평했다. 7, 8년 전 록뮤지컬 ‘모스키토’를 준비하면서 ‘나도 중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자신감을 갖고 중학생들을 만나봤는데 ‘외계인’이었다고.

그는 이번 극을 위해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문학서적까지 온갖 어린이책을 섭렵했다. 그중 천재적 발상을 보여준 미하일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와 신선한 접근의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가 기억에 남는다.

“유럽에서는 어린이극이 학교교육과 연계돼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개별적 지식을 배우고 어린이극을 통해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생각과 정서를 펼쳐 보이도록 하지요. 또 연극을 관람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정서를 확인하고요.”

그는 내년부터 학전 블루소극장을 어린이 청소년극 전용관으로 개조하면서 10여편의 레퍼토리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당분간은 번안물 중심일 터인데 아직까지는 그들의 축적된 경험을 배워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연시간 화∼금요일 오후 4시. 토·일·공휴일 오후 2시, 5시. 관람료 일반 2만원. 어린이 1만5000원. 02-763-8233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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