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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8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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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거장들은 모두 1900년을 전후해 태어나 50∼60대의 무르익은 나이인 1950∼60년대에 자기 세계를 확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태호 교수(명지대 미술사학과)는 “이들이 이룬 성과는 이 땅에서 체득한 감수성을 거스르지 않은 삶의 자세, 인간미, 작가다운 기질로 요약할 수 있다”며 “근대 한국미술의 원형을 통해 한국미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하나같이 명품들이라 할 수 있다.
이중섭의 ‘닭과 어린이’(1950년대), 박수근의 ‘모자’(母子·1960년대), 김환기의 무제연작(1970년대), 도상봉의 ‘항아리’(1967년), 오지호의 ‘항구’(1972년), 이상범의 ‘하경’(夏景·1960년대 초), 변관식의 ‘추경’(秋景·1960년대) 등이 그것. 이 중 밝은 보름달 아래 아이를 업은 어머니가 두 아들과 함께 좌판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밝고 해학적으로 그린 김환기의 유화 ‘노점’(1950년대)이 특히 눈에 띈다. 김환기의 작품들 중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화랑 측은 밝혔다.
이들 작품을 둘러보면, 거의 동시대에 활동했으면서도 제각각 삶의 조건과 체험에 따라 개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걸 알 수 있다. 이상범과 변관식은 전통회화의 근대적인 변모를 통해, 도상봉과 오지호는 서구 근대회화의 수용을 통해,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는 모더니즘의 정착을 통해 ‘한국화’를 이뤄냈다.
낡은 것과 새 것이라는 봉건성과 근대성, 식민주의와 민족주의, 여기에 산업화와 현대문화가 뒤섞인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적인 것을 화면에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거장들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진다. 02-732-355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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