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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3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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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서울시향 등 음향시연회 “Good”
“자 시작합시다!”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1번이 새 연주장의 정적을 갈랐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사막의 울림’이라 불릴 정도로 악명 높던 잔향(殘響) 부족현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힘없이 흩어져 버리던 첼로의 저음은 풍성한 윤기를 머금었고 눈감으면 위치를 알아차릴 수 없게 흩어지던 악단 뒤편의 팀파니와 호른소리도 또렷했다.
이런 음향 개선은 무대와 객석의 재질을 교체하고 네덜란드의 음향전문회사 ‘프린센 엔 부스’사의 음향장치 ‘SIAP(Systems for Improved Acoustic Performance)’를 채택한 데 따른 것. 원목을 사용한 무대 음향판은 선명한 고음과 부드럽고 풍성한 중저음을 빚어낸다. 1층 객석 바닥재로 원목을 사용했고 2층 객석 양편의 벽면도 최신 음향공학을 동원해 따뜻한 잔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입방체 돌기 형태로 꾸며졌다(아래 사진).
“무대에 설치된 8개의 마이크에서 채집된 음향을 컴퓨터로 분석한 뒤 벽면 곳곳에 설치된 250개의 스피커로 부가적인 ‘보정(補整)음향’을 흘리게 되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와 같이 모든 주파수에 걸쳐 균형 잡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프린센 엔 부스’사의 윈 프린센 대표의 설명이다.
음향시연회에 참여해 연주를 한 오르가니스트 윤양희씨는 “고음에 윤기가 보태지고 저음도 충실해져 마치 오르간이 바뀐 것 같다”고 감탄했다. 오병권 서울시향 기획실장은 “예전에는 연주자가 낸 소리가 흩어져버렸는데 이제 자신의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디오평론가 겸 방송인 황인용씨는 “모든 음높이에 걸쳐 균형 잡힌 소리가 나고 소리의 난반사도 사라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층 뒷자리 높이고 좌석마다 액정모니터
회색 위주로 썰렁한 느낌이 든다는 평을 듣던 객석 인테리어도 면모를 일신했다. 장미목 분위기의 붉은 원목과 카펫은 영국권 콘서트홀에서 느낄 수 있는 ‘격조 높은 따스함’을 선사한다. 총 객석 수를 예전의 3822석에서 3075석으로 줄이면서 좌석의 앞뒤 간격이 넓어졌다. 1층 객석 뒤를 높여 앞사람의 머리에 신경 쓸 필요도 없게 됐다. 2층 앞쪽의 ‘로열박스’를 없애고 뒤편의 영사실도 철거해 산만한 분위기를 없앴다.
객석에서 가장 새롭게 느껴지는 변화는 앞사람 좌석 등받이에 부착된 자막기. 오페라, 뮤지컬 등의 공연 때 액정모니터를 통해 대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버튼으로 3개 국어 중 원하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자막기가 없는 3층 객석에서는 무대 양쪽에 투사되는 대형 화면으로 자막을 읽을 수 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1층 로비는 정면 통로를 없앤 대신 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돌아 들어가도록 해 예전보다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김신환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이상적인 감상 환경으로 재개관되는 것은 한 공연장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약화돼 온 세종로 중심의 ‘강북 문화벨트’가 이를 계기로 제 기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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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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