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추출 성공]“배아도 생명… 실험용 취급 안돼”

  • 입력 2004년 2월 12일 23시 38분


황우석 교수팀의 인간 배아 복제실험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종교단체들이 항의성명서를 준비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핵심 내용은 윤리 문제. 배아 역시 생명체이기 때문에 실험용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인식, 그리고 복제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인간 배아 복제실험의 허용 여부는 ‘난치병 치료용 연구’에 한해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 구성 등 세부적인 시행령은 법률이 통과된 지 1년 뒤에야 정해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황 교수팀의 실험을 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실정.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생명윤리법 논란 속 배아 복제연구 무리하게 강행’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국내에서 법 제정 논란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와 연구자가 무책임하게 연구를 진행시켰다”며 “세계 모든 국가에서 윤리적인 논란 때문에 신중히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오일환 소장은 “외국에서는 난자 하나에 대한 실험도 국가가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있다”며 “이번에 사용된 242개의 난자가 어떻게 관리됐는지 관련 연구팀 외에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12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한양대 임상시험윤리위원회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자체 윤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서 얻은 줄기세포에 대해 성급한 희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동물 실험 결과 복제된 배아의 유전체가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복제배아가 생각보다 노화됐을 수도 있다. 실험에서 체세포를 제공한 여성의 나이가 20대라고 가정하면, 그 세포는 최소한 20년간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냐는 것.

2001년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권혁찬 소장(매이저병원 의과학센터)은 “복제된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가 과연 만능세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미지수”라며 “인간 배아 복제를 서둘러 할 것이 아니라 동물 실험을 거쳐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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