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슬픔의 냄새'…맛깔스러운 글쟁이의 이별가

  • 입력 2004년 2월 6일 17시 40분


◇슬픔의 냄새/이충걸 지음/312쪽 9800원 시공사

‘매일 보료 위에 누워 사탕수수밭에서 해 지는 풍경이나 꿈꾸는, 언제나 자잘한 마음의 분기점 위에서 경련할 뿐인’ 한 남자의 반드시 거창하지만은 않은 마흔 가지의 이별 이야기.

‘세상의 모든 무례를 불러들여 탄저병처럼 창궐시키던’, ‘아침에 우유 목욕을 한 몸에서 나오는 소리 같은’ 등 겹겹의 비유로 에워싸인 문장들은 책 읽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지만 곧 그의 글의 독특한 체취 혹은 댄디즘(멋내기)으로 인정된다. ‘가끔 이별의 순간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환풍기에서 온기가 불어오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왜냐하면 헤어진 사람들은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일종의 거짓말이며,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성지 ‘GQ’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문화잡지 ‘페이퍼’ 등에 글을 발표해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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