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8명의 여인들'…한 남자의 죽음 ＂범인은 너야＂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베아르, 화니 아르당….

영화 ‘8명의 여인들’은 프랑스를 대표해온 여배우 8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스위밍 풀’ ‘우리의 릴리’에서 순수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풍긴 뤼드빈 사니에르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개성적인 유머로 주목받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37)은 이 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써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8명…’은 ‘바다를 보라’ ‘크리미날 러버’ 등을 통해 근친상간과 관음증 등 대담한 주제를 다룬 그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대중적이라는 표현을 넘어 ‘귀엽다’는 느낌까지 갖게 만든다.

영화는 폭설로 고립된 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뤘다. 어느 날 아침 이 집의 유일한 남성이자 가장인 마르셀이 죽은 채 발견된다. 마르셀의 부인 게비(카트린 드뇌브), 그녀의 여동생 오귀스틴(이자벨 위페르), 마르셀의 여동생 피에레트(화니 아르당), 하녀 루이즈(엠마누엘 베아르) 등 마르셀과 관련이 있는 8명의 여인은 각기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영화는 살인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축으로 뮤지컬 형식을 가미했다. 어두운 소재이지만 수시로 터져나오는 유머와 8가지 색깔로 빛나는 여배우들의 개성이 다양한 맛과 리듬이 있는 작품을 빚어냈다.

하지만 달리 오종에게 ‘악동’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그는 동성애와 계층간의 갈등, 혼전 임신,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결혼 생활 등 여인들의 유쾌하지 못한 사연을 파고든다. 향기가 사라지면서 드러나는 것은 그 속에 숨어 있던 욕망과 이기주의 등 인간의 악취다. 극중 인물의 캐릭터와 한때 신화(神話)로 존재해온 여배우의 이미지를 교차시켜 그 효과를 배가시켰다.

영화는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스터리보다는 8명의 여배우와 한 명의 남성(오종 감독), ‘8+1’의 개성을 즐길 만한 작품이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