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女바둑 우승 박지은 5단 "이젠 남자들과 겨루고 싶어요"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40분


코멘트
최근 박지은 5단의 기풍은 공격 일변도에서 실리를 챙기면서 차분히 공격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박지은 5단의 기풍은 공격 일변도에서 실리를 챙기면서 차분히 공격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제 2년 가까운 슬럼프에서 벗어났어요. 홀가분합니다.”

7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2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서 윤영선 3단을 2 대 0으로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낸 박지은 5단의 소감이다.

그에게 이 대회 우승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각별하다. 준결승에서 처음으로 루이나이웨이 9단의 벽을 넘었다. 이번 우승 덕분에 5단으로 자동 승단해 한국인 여성 기사 중 맨 먼저 5단의 고지를 밟았다.

또 2002년 4월 윤 3단과 겨룬 하오줴(豪爵)배 결승에서 팻감을 안 쓰고 패를 따냈던 실수로 세계대회 첫 우승을 놓친 아쉬움도 깨끗이 풀었다.

“‘하오줴배 충격’ 이후 바둑에 대한 자신감이 전에 비해 많이 없어졌어요. 몸도 아팠고 한국기원 연구생 시절 저와 실력이 비슷했던 남자 동료들이 저보다 앞서나가는 것 같아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박 5단은 지난해 농심배 본선에 진출하는 등 제법 성적을 냈지만 내심 자신의 바둑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박 5단은 이번 결승 대국의 내용도 별로 좋지 못했다고 했다.

“꼭 우승해야겠다는 부담 때문에 내용이 엎치락뒤치락했어요. 윤 3단이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겼죠.”

앞으로 한국 여성바둑계는 루이 9단, 박 5단 그리고 조혜연 4단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루이 9단에겐 아직도 배울 게 많고 조 4단은 만나면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라이벌입니다.”

그는 여성의 울타리 안에서 머물지 않고 같은 또래의 남자 강자들과 어깨를 겨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