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쿠우스’ ‘관객모독’ ‘햄릿’ 등 15편 릴레이

'이발사 박봉구'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로비.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이 어느 새 100여명을 헤아렸다. TV나 영화에서 본 얼굴들도 꽤 눈에 띄었다. 추상미 조재현 오지혜 안석환 등 연극에서 출발해 이제는 스타로 떠오른 배우들도 있었고, 박근형 김광보 최용훈 조광화 이성열씨 등 연극계에서 손꼽는 연출자와 공연 기획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연극계의 ‘인물’들이 모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행사는 2004년 한 해 동안 펼쳐질 ‘연극 열전’을 축하하는 ‘시(始) 파티’자리였기 때문. ‘연극 열전’이란 극단 동숭아트센터(대표 홍기유)와 문화창작집단 수다(대표 장진)가 함께 기획한 행사. 과거 상연됐던 작품 중 인기작 15편을 모아 내년 연중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동숭소극장에서 릴레이로 공연할 예정이다.

동숭홀에서는 ‘에쿠우스’를 시작으로 ‘남자충동’ ‘햄릿’ ‘허삼관 매혈기’ ‘택시 드리벌’ ‘백마강 달밤에’ ‘오구’ ‘피의 결혼’이 이어진다. 동숭소극장에서는 ‘한씨 연대기’ ‘관객모독’ ‘판타스틱스’ ‘나잇, 마더’ ‘불 좀 꺼주세요’ ‘청춘예찬’ ‘이발사 박봉구’가 상연될 예정. 연극 팬들에게는 귀가 솔깃해질 만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획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이날 모인 배우와 연출자 등 연극계 인사들은 행사장에서 간단한 고사를 지냈고, 모임은 자연스럽게 저녁 자리로 이어졌다.

내년에 공연될 15편은 모두 이미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검증받은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이든 연극 팬이라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고, 젊은 관객이라면 말로만 들어왔던 작품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인 것.

작품과 관련된 화젯거리도 많다.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에는 91년 주인공 알런 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조재현이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나잇, 마더’에는 윤소정, 오지혜 모녀가 극중에서도 모녀로 출연한다. ‘관객모독’에는 이 연극의 연출자 기국서의 동생 기주봉이 출연해 분위기를 살린다. 요즘 영화배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해일도 ‘청춘예찬’에 다시 출연할 예정이다.

이날 ‘시 파티’ 행사에 참석한 배우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감상’을 이야기했다. 오지혜는 “이번 ‘연극열전’을 계기로 대학로에 ‘술손님’ 보다 ‘연극 손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기주봉은 “관객에게 자극을 주는 기획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대사나 안 까먹으면 다행이겠다”는 농담으로 오랜만의 무대 복귀에서 오는 기대와 부담감을 내비쳤다.

‘연극열전’을 기획한 홍기유 대표는 “관객들에게 80년대 이후 좋은 연극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15편 이외에도 내년 말쯤 상연을 준비 중인 ‘과거의 명작’이 3∼4편 더 있다”고 밝혔다. 02-762-0010

연극열전 2004년 공연 일정
●동숭홀
작품명	기간
에쿠우스	1월29일∼3월7일
남자충동	3월12일∼4월18일
햄릿	4월23일∼5월30일
허삼관 매혈기	6월4일∼7월4일
택시드리벌	7월16일∼8월29일
백마강 달밤에	9월3일∼10월10일
오구	10월16일∼11월28일
피의 결혼	12월3일∼12월31일
●동숭소극장
작품명	기간
한씨연대기	1월8일∼2월29일
관객모독	3월4일∼4월11일
판타스틱스	4월16일∼5월30일
나잇, 마더	6월4일∼7월25일
불 좀 꺼주세요	7월30일∼9월26일
청춘예찬	10월2일∼11월14일
이발사 박봉구	11월19일∼12월31일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