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울 할아버지…'…가족, 너무 가까워 멀어졌던 이름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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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연극 ‘울 할아버지 꽃상여’는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유쾌한 웃음을 전해준다. -사진제공 문예진흥원
가족 연극 ‘울 할아버지 꽃상여’는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유쾌한 웃음을 전해준다. -사진제공 문예진흥원
살면서 소홀히 지나치기 쉬운 가족의 의미를 죽음을 통해 깨우쳐주는 연극 한 편이 막을 올렸다. 극단 성 시어터 라인이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울 할아버지 꽃상여’.

연극의 주인공은 열 살짜리 소녀 연이와 병으로 죽음을 앞둔 연이의 외할아버지. 시골에 사는 외할아버지는 저승사자의 부름을 받았지만, 이승에서 못 다한 일이 있다며 저승사자의 명부를 빼앗고는 자신의 죽음을 미룬다. 할아버지에게 남겨진 일이란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 그리고 자신의 딸인 연이 어머니와 화해하는 것. 북쪽에 부인을 두고 월남한 할아버지는 남쪽에서 새로 부인을 얻었으나 원래 부인을 잊지 못해 가족에게 소홀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안타깝다.

연극에서 할아버지가 죽음을 미루고 가족과 화해하는 과정이 연이의 순박한 눈을 통해 경쾌하게 펼쳐진다. 할아버지와 연이의 눈에만 보이는 저승사자는 친근한 모습으로 묘사돼 극의 양념 구실을 한다. 할머니가 리모컨을 조작할 때마다 상자 모양의 TV세트 안에서 배우들이 재빨리 자리를 바꿔 채널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도 웃음을 이끌어낸다.

더불어 해금, 대금, 장구 등의 국악기와 신시사이저가 협주하는 서정성 짙은 동요는 어린이들이 이내 따라서 흥얼거릴 정도로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 작품 끝에 모든 배우들이 나와 할아버지의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를 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연극이라는 극단측의 설명이 이해가 된다. 어린이들은 즐길 수 있고, 어른들은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때로 어떤 연령층에도 확실한 호소력을 갖기 힘들다. 이 연극에서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설정한 장치들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할아버지의 두 차례 결혼, 어머니의 이혼, 할머니의 뜻밖의 가출, 할아버지가 저승사자에게서 명부를 빼앗는 바람에 먼저 죽은 이웃집 노인 등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설명해줘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평일 오후 4시 7시반, 토 일요일 오후 2시 5시. 1만5000∼2만5000원. 02-875-8225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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