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워터파크…호수…'필리핀 클라크필드 리조트'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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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루손섬의 ‘리틀 캘리포니아’ 클라크 필드에 있는 골프 클럽. 미군의 클라크 공군 기지로 잘 알려진 이 곳은 현재 리조트로 변신했다. 야자수로 둘러싸인 연습 그린에서 퍼팅을 하는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보인다. 클라크필드(필리핀)=조성하기자
필리핀 루손섬의 ‘리틀 캘리포니아’ 클라크 필드에 있는 골프 클럽. 미군의 클라크 공군 기지로 잘 알려진 이 곳은 현재 리조트로 변신했다. 야자수로 둘러싸인 연습 그린에서 퍼팅을 하는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보인다. 클라크필드(필리핀)=조성하기자
지난달 30일 밤 11시30분. 아시아나항공기가 필리핀 루손섬의 ‘리틀 캘리포니아’ 클라크 필드(특별경제구역) 활주로에 착륙했다. 이어 기내에 ‘디오스다도 막가파갈 국제공항에 착륙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곳은 마닐라 서북방 80km의 팜팡가주 앙헬레스 시. 미군의 ‘클라크 공군기지’로 잘 알려진 바로 그곳이다. 미해군기지가 있던 수빅만 부근의 이곳에서 미군이 철수한 것은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가 날아와 기지를 60cm 두께로 뒤덮자 떠났다. 1902년 주둔을 시작한 이래 근 90년만의 철수였다. 기지 규모는 약 1억 평, 당시 기지내 주민은 1만5000명이나 됐다.

●미군 철수후 리조트로 탈바꿈

미군이 철수하자 필리핀 정부는 개발에 착수했다. 리조트 및 국제비즈니스센터가 목표. 90년간 미국인에 의해 잘 가꿔져 캘리포니아의 한 타운을 연상케 한 이곳은 리조트로 활용할 만했다. 게다가 활주로까지 갖춰 국제공항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필리핀정부는 골프장을 추가 건설하고 주택을 고급 빌라로 개조하며 쇼핑센터 식당 등을 입주시키는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날 아시아나 항공기는 고급 리조트로 변모한 이곳에 단체관광객 170명을 태우고 착륙한 최초의 외국 민항 전세기. 아시아 최고의 리조트 타운 건설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필리핀 정부가 고대하던 손님이었다. 그래서 필리핀정부는 교통부장관이 주관하는 성대한 취항식과 환영연을 2시간 이상 열었다.

이튿날 아침. 공항에서 15분 거리의 숙소 몬테비스타의 푹신한 침대에서 따가운 아침 햇빛과 새소리에 눈을 떴다. 현관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곳이 필리핀인지 눈을 의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나 볼 수 있는 지중해 풍의 주택가 한가운데였기 때문. 집 뒤는 넓은 잔디밭, 동네는 골프장을 끼고 있었다. 이곳은 미군 가족의 숙소로 사용되던 주택가. 때문에 실내 역시 미국 가정 그대로다. 식당 겸 부엌의 창으로는 뒷마당 잔디밭이 보였다.

아침 식사는 5분 거리의 미모사 골프장내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했다. 전화를 거니 필리핀 서포터가 요란한 장식의 지프니(지프형태로 만든 필리핀에서만 볼 수 있는 수제 자동차)를 타고 와 식당까지 데려다 준다. 테이블 앞 유리창을 통해 골프장이 보였다. 야자수와 거대한 아카시아 나무로 장식된 미모사 골프클럽을 바라보며 드는 아침식사는 환상적이었다.

클라크필드의 최고 자랑거리는 골프클럽. 4개 가운데 미모사는 마닐라를 찾는 한국 골퍼 사이에서 최고의 손꼽히는 명문 코스. 마운튼뷰(7303야드)와 레이크뷰(6546야드)의 36홀 규모로 한국 골퍼는 타이거우즈가 라운딩한 마운튼뷰를 선호하는 편.

‘아카시아’라고도 불리는 레이크뷰 코스는 호수가 4개나 포진한 올드 코스. 해저드를 낀 홀이 무려 7개나 된다. 이중 인코스 7번은 페어웨이 오른편이 모두 호수고 아웃코스 5번은 페어웨이 중간과 벙커로 포위된 그린 주변이 호수다. 마운튼뷰 챔피언십코스의 인코스 18번은 거대한 아카시아 나무 두 그루가 페어웨이를 가로막는 멋진 풍광으로 이 골프장의 시그니쳐 홀(Signature Hole)이 됐다. 리조트 안에 공항과 빌라를 두루 갖춰 이동의 불편과 시간의 허비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여기뿐일 듯 하다.

●휴양지내 활주로 갖춰 교통편리

클라크필드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리조트 시설. 아빠가 골프를 치는 동안 엄마와 아이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폰타나 워터파크는 한국의 캐리비안 베이를 연상시키는 워터파크. 파도풀, 유수풀, 튜브형 슬라이더(미끄럼틀)등이 있다. ‘클리어워터’는 호반 휴양시설. 호수 뱃놀이, 호반 야외 풀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휴식한다. 기지내 미군 가족의 휴양지로 개발돼 풍광 시설 등이 모두 미국의 휴양지와 똑같다. 호반의 숲 그늘 아래의 피크닉 그라운드, 고카트 레이싱트랙, 인공암벽 및 서바이벌 게임장을 갖춘 어드벤쳐 파크, 실탄사격장도 있다.

식당도 다양한 편. 한국식당인 코리아 하우스를 비롯, 마닐라에서 정평이 난 스시바(생선초밥 식당) ‘젠’, 중식당 ‘베이징 팔레스’, 맥도날드 햄버거식당이 있다. 홀리데이인 호텔에도 있다. ‘카지노 필리피노’는 저녁에 무료함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인 곳. 지하에는 나이트클럽도 있다.

클라크필드에서는 한국인 여행사가 운행하는 지프니와 버스, 봉고차를 이용해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 또 40여명의 한국인 여행자 전담 서포터즈도 늘 대기하며 클라크필드내 이동 및 관광을 도와준다.

클라크필드(필리핀)=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 정보

◇아시아나항공=클라크 노선 주 2회 운항. 인천공항의 △출발(목 일)=오후 8시35분 △도착(월 금)=오전 6시. ‘목요일 오후 출발, 월요일 새벽 도착’의 일정(3박5일)은 출발 및 도착 당일 근무가 가능, 금요일 하루만 휴가내면 주말 낀 3박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기후=열대. 연중 무덥다. 기온은 12월과 1월이 가장 낮고(최저 20도) 3∼5월이 가장 높다(최고 35도). △우기=6∼12월 △건기=1∼6월.

패키지내용가격(원)
골프3박5일사흘간 매일 18홀69만9000
4박6일나흘간 매일 18홀79만9000
리조트3박5일리조트 휴양시설
이용 및 수빅만
하루 관광
59만9000
4박6일69만9000
※판매처(02)=△동아트래블 777-8100 △롯데관광 399-2301 △자유여행 3455-0008

●패키지여행

‘리틀 캘리포니아’ 클라크필드에서 즐기는 골프패키지(미모사는 매일 18홀, 루이시타는 무제한 라운딩)와 리조트패키지(수빅만 투어 포함) 두 종류가 있다. 점심은 한중일 세 식당 가운데 한 곳에서, 저녁은 야외 바비큐뷔페와 일식당의 초밥뷔페 제공. 전국의 여행사에서 ‘클라크’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 리조트 이용에 관한 문의는 데일리투어. 02-741-3131

▼미군주둔 90년의 자취가…▼

스토첸요새 기념비
클라크필드 연병장의 스토첸요새 기념비. 미국-스페인 전쟁 에서 승리한 미국 기병대는 1902년 목초지였던 이 곳에 요새를 세웠다. 기념비 뒤쪽에 있는 당시 기병대 동상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준다. 클라크필드=조성하기자

1991년 11월 26일. 화산재로 뒤덮인 필리핀(루손섬) 클라크 공군기지 연병장에서는 필리핀 미국 양국 군대가 도열한 가운데 성조기의 마지막 하기식이 거행됐다. 미공군 기지의 철수식이었다.

1902년 미국 기병대가 첫 게양한 성조기. 그 아래서 쓰인 이 곳의 역사는 세기의 바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생하게 기지 안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자 모두 필리핀에 주둔했던 맥아더 가문.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1880∼1964)의 아버지 아더 맥아더 장군(1845∼1912)은 필리핀군 고문으로 클라크에서도 근무했다.

2차대전 당시 극동군사령관으로 필리핀에 주둔했던 아들 더글라스. 그는 진주만 공습 직후 감행된 일본군의 전격작전(1942년)으로 수빅만(灣) 해군기지와 클라크공군기지를 빼앗기고 필리핀에서 후퇴하는 불명예를 안는다.

그 더글라스 맥아더의 명언 ‘I'll return’(반드시 돌아오겠다)이 1945년 7월 실현되기까지 이 게양대에는 히노마루(일장기)가 걸렸고 그 아래서는 제로센 전투기를 타고 미국 항공모함으로 돌진하던 ‘인간폭탄’ 가미가제(神風) 특공대의 첫 출격이라는 역사가 쓰였다. 민주화 요구에 밀려 망명길(1986년)에 오른 마르코스 전대통령도 여기서 하와이행 비행기를 탔다.

기지에서 16km 거리의 피나투보 화산. 그 산악지대 아래 펼쳐진 1억 평의 평지 빠띠(클라크의 원래 지명)에 미군이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902년. 미국스페인전쟁(1898년)에서 승리한 미국 기병대가 이곳에 스토첸 요새를 설치할 때만 해도 이곳은 말에게 먹일 풀이 좋은 천혜의 목초지였다.

그 후 이웃한 수빅만(灣)에 해군기지, 여기에 공군기지를 건설(1919년)하면서 그 모습은 바뀐다. 철수 때까지 미국은 클라크기지를 태평양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한 ‘불침의 항공모함(The Invincible)’으로 운용했다. 3.2km나 되는 긴 활주로(2개)가 그것을 말해준다. 걸프전 때 이곳은 엄청난 양의 전쟁 물자를 본토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송하던 화물기의 중간급유지. 당시 걸프전 취재 후 한국공군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편으로 귀환도중 이 기지를 방문했던 기자는 C5 갤럭시라는 미군의 초대형 화물기(적재중량 135t) 여러 대를 목격했다.

미군이 이렇게 중요한 군사기지를 포기하게 만든 것은 피나투보 화산. 1992년 6월 9일 폭발한 피나투보(해발 1745m)는 2차 폭발(6월12일) 때 버섯형 구름이 15km 상공까지 치솟을 만큼 폭발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당시 토해낸 화산재가 110km 거리의 마닐라 상공까지 뒤덮어 마닐라공항이 11일간 폐쇄됐을 정도였다.

현재 분화구는 물이 고여 백두산 천지처럼 멋지게 바뀐 상태. 걸어 오를 수도 있고 경비행기 투어로 내려다 볼 수도 있다. 경비행기를 타면 분화구로 가는 도중 흘러내린 용암이 산을 뚫고 내려간 흔적, 빗물에 침식되어 바늘처럼 변한 바위로 뒤덮인 험준한 산악 등 진귀한 자연풍경을 두루 감상한다. 경비행기는 클라크필드에서 탈 수 있다. 소요시간 1시간, 가격은 1인당 미화 50달러.

미군기지 역사를 더듬게 하는 ‘유적’ 가운데는 자동차로 10분거리의 앙헬레스 시내에 있는 옛 기지촌 ‘실버타운’도 있다.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대규모 카지노와 필리핀 스타일의 바가 밀집돼 있다.

미모사 골프클럽은 한국 골퍼가 필리핀에서 꼭 한 번 라운딩 하고 싶어 하는 환상의 코스. 추가 라운딩으로 권할 만한 곳은 북쪽으로 한 시간거리의 루이시타다. 미모사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조경, 코스 앞뒤로 골퍼를 찾아보기 힘든 ‘대통령 코스’, 해저드에 빠진 공을 즉시 다이빙해서 건져주는 ‘볼보이’등은 루이스타의 매력. 클라크필드 지역(팜팡가주)은 현 아로요 대통령의 고향, 루이시타(타를락주)는 전직 아키노대통령의 고향이다.

클라크필드(필리핀)=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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