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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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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구매 희망자에게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1년 가까이 중간 알선책 몇 사람의 손을 거치다가 사라져버렸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갖고 있던 B씨가 종적을 감춰버린 것.
2002년 5월 이씨는 한국인 2명이 중국에서 이 그림의 구매자를 물색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그림을 팔아준다고 했던 중간 알선책 5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노량진경찰서가 이들을 소환 조사했지만 이들 모두 “B씨가 그림을 갖고 있다”고 발뺌했다.
값비싼 고미술품을 팔아주겠다며 중간에서 가로채는 ‘문화재 사취’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들 문화재가 벌써 해외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 외에도 서울의 신모씨가 1999년 고려청자 1점, 변모씨가 1999년 조선초기 회화 2점, 안모씨가 2001년 고려청자와 조선 분청사기 각 1점, 또 다른 이모씨가 2002년 조선초기 화첩 1점을 사취당했다.
또 경기 고양시의 장모씨가 2000년 조선 분청사기 1점을 같은 수법으로 사취당하는 등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고미술상 10여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60여년간 고미술 거래를 해온 변씨는 “중간매매상이나 알선자에게 물건을 건네주고 구매자를 물색하는 것이 고미술 거래의 오랜 관행”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가로채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의 특징은 중간상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작품을 가로챈다는 점.
6, 7명의 중간 알선자들이 이리저리 작품을 유통시키다 공범인 특정인에게 작품을 넘겨 그로 하여금 작품을 갖고 도주하게 하는 수법이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도 중간상들은 모두 도주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신씨 사건의 경우 2000년 서울지검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핵심 중개상인 C씨를 찾지 못해 C씨를 기소중지하는 형식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노량진경찰서 관계자는 “작품의 유통경로가 복잡한데다 핵심 용의자와 작품의 행방을 추적하기가 어려워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경찰이 용의자를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잡으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면서 경찰과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고미술상 스스로 작품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사건의 경우 작품의 진품 여부를 떠나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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