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남북극 탐험한 모델 김은주씨

  • 입력 2003년 9월 28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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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최고봉과 북극점 원정을 다녀왔고 내년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할 예정인 슈퍼모델 김은주씨가 도봉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남극 최고봉과 북극점 원정을 다녀왔고 내년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할 예정인 슈퍼모델 김은주씨가 도봉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28일 예리한 조각칼로 잘라낸 듯한 도봉산 선인봉 암벽. 한 ‘쭉쭉빵빵’ 여성이 자일에 몸을 의지한 채 거미처럼 날렵하게 바위를 오르자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슈퍼엘리트모델 출신으로 업계에선 꽤나 알려진 모델 김은주씨(25)가 주인공. 패션쇼에서 한들한들 워킹을 하는, 훅 불면 날아갈 듯한 몸매(1m71, 49kg)인 그가 온몸에 상처입기 일쑤인 암벽등반을 즐긴다는 게 의아스럽다.

하지만 그는 탐험계에선 ‘억척녀’로 통한다. 지난해와 올 초 연달아 남극 최고봉과 북극점 원정을 다녀왔고 11월에는 다시 남극점 원정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엔 산으로 눈을 돌려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등정에 도전할 예정.

“한마디로 행운이었지요. 남극과 북극지방을 가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이 말대로 그가 극지방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지난해 11월 산악인 박영석씨(40)의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 등반 원정을 취재하기 위해 TV 리포터로 따라 나선 것. 영하 40도가 보통인 냉동고 같은 기후 때문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그가 자원했다. 고교시절 특별활동으로 산악반에 들었다는 것만 믿고….

“옷과 양말을 몇 겹씩 껴입어도 꼼짝을 못하겠더라고요, 나중엔 말도 안나오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할일은 이거다 싶더군요. 맑은 공기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게….”

그는 남극에서 돌아오자마자 국내 암벽등반 1인자 정승권씨가 운영하는 등산학교에 등록해 1주일에 서너번씩 있는 CF 및 화보촬영 스케줄을 뺀 나머지 시간의 거의 전부를 투자해 암벽과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마침내 북극점 원정대 정식대원으로 참가해 꼬박 두 달 동안 얼음 위에서 지내다 왔다. 박영석씨는 “처음엔 저 친구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워낙 적극적인 데다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 탐험가의 자질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추석 때 부모님이 있는 경북 상주 고향집에 내려가 농사일을 돕느라 양쪽 팔에 풀독이 올라 한동안 고생한 효녀이기도 하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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