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회화 지상展]<3>초상화

  • 입력 2003년 9월 25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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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판 레인 ‘웃고 있는 남자’(1629∼30년경, 동판에 유채 15.4×12.2cm)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청운의 꿈을 품고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하기 전, 고향 레이든에서 그린 것이다. 당시 레이든에는 작은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 유행이어서 이 작품도 아주 작다. 매끈한 표면의 갑옷은 붓질이 보이지 않게 그리는 당시 레이든 화가들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거친 붓놀림으로 뭉떵뭉떵 그린 얼굴 표현은 젊은 렘브란트의 실험성을 보여준다. 썩은 이를 드러내고 눈가의 주름을 만들며 웃고 있는 이 남자는 좋게 말해 소박해 보이지만, 나쁘게 말해 무식해 보인다. 남들이 무식하고 추하다고 하는 사람에게서도 절묘한 표정을 잡아낸 렘브란트의 기량이 맘껏 발휘된 작품이다.

○호퍼르트 플링크 ‘의자 옆에 서 있는 소녀’(1640년, 캔버스에 유채 114.2×87.3cm)

호퍼르트 플링크는 렘브란트의 제자들 중 가장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이 어린 아이의 초상화는 플링크가 왜 암스테르담의 부유한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화가가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마치, 현대의 엄마들이 ‘어린이 전용 스튜디오’에서 아이 기념사진을 찍는 것처럼, 이 그림을 주문한 부모는 어린 딸에게 하얀 드레스를 입히고 금 구슬 목걸이에 팔찌를 둘러 부잣집 아이임이 확연한 그림 앞에서 대단히 만족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이는 부적으로도 사용됐던 특이한 장난감을 허리춤에 두르고, 손에는 과자를 쥐고 있다. 사탕이 놓여 있는 높은 의자는 당시 어린이용 실내 변기였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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