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영화-현대음악의 조화 이색 콘서트 ‘필립 온 필름’

  • 입력 2003년 9월 16일 22시 31분


코멘트
영화와 현대음악이 어울리는 이색 콘서트 ‘필립 온 필름’이 선보인다.

이번 콘서트는 ‘미니멀리즘(극소주의)’ 음악의 대가인 미국 작곡가 필립 글래스(66)의 작품과 미국의 컬트 다큐멘터리 감독 고드프리 레지오(63)의 영상을 함께 감상하는 색다른 무대로 10월 14, 15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된 레지오의 대사 없는 영화 ‘콰씨 3부작’ 중 ‘균형 잃은 삶-코야니스콰씨’(1983) ‘변형 속의 삶-포와콰씨’(1987) 2편이 상영된다. 아울러 작곡가 필립 글래스와 그가 이끄는 12인조 악단이 직접 내한해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아래서 직접 음악을 연주한다.

미니멀리즘 음악은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젊은 작곡가들로부터 시작된 현대음악의 한 갈래. 짧은 소리를 끝없이 반복 연주하면서 변화시켜 ‘감각적 부유(浮游)상태’를 경험하게 해준다.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무조(無調)주의 계열의 현대음악과 달리,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로 불렸던 필립 글래스, 스티브 라이히, 마이클 니만 등의 작품은 음반 차트에서 밀리언셀러로 떠올랐고 영화음악 등에도 적극적으로 차용됐다. 1990년대 이후 이들의 음악 스타일은 영성(靈性)을 중시하는 구동구권 작곡가들에게 계승됐다. 폴란드의 헨릭 구레츠키, 에스토니아의 아르보 페르트 등은 ‘느릿한 미니멀리즘’ 또는 ‘영적 미니멀리즘’이라고 불리는 또 하나의 인기 있는 현대음악 조류를 만들어냈다.

글래스는 초창기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일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매우 친근한 인물. 1984년 1월 1일 전국에 생중계된 백남준의 비디오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그의 초기작 ‘포토그래퍼(사진가)’가 소개돼 신선한 음향으로 충격을 주었다. 최근에는 영화 ‘쿤둔’ ‘트루먼쇼’ 등에도 글래스의 음악이 쓰였고, 그가 작곡한 영화 ‘디 아워스’의 배경음악은 지난해 골든 글로브 작곡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미지 영화의 창시자’로 불리는 레지오 감독은 가톨릭 신부이자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영상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가는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코야니스콰씨’는 기술로 인한 혼돈과 붕괴, 대량생산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자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조명한 작품. ‘포와콰씨’는 인도 아프리카 등 제3세계를 무대로 독특한 전통문화가 ‘세계화’의 굴레 아래 어떻게 잠식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는 ‘코야니스콰씨’에 대해 ‘영상과 사운드의 눈부신 융합으로, 우리 마음의 균형을 깨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3만∼7만원. 02-2005-0114, http://www.lgart.com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