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직장내 스트레스 줄이려면…상사, 인신공격 금물

  • 입력 2003년 8월 31일 17시 30분



《#1. 평사원, 우리가 기계냐

직장생활 3년차 C씨(31). “과장은 나 괴롭히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 이거해라. 저거해라. 정말 한 방 갈겨 주고 싶다

니까.” 기획팀에 근무하는 O씨(33). “지들은 접대 받고 다니면서 우린 쥐꼬리 월급이야. 우리가 일도 더하는데 월급도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냐?”

#2. 임원진, 니들이 경영을 알아?

인터넷 벤처기업 Y사장(42). “허탈하고 외로워. 코스닥 신청이 기각되자 직원 불만이 이만 저만 아니야. 회사를 생각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아.” 제약회사에 다니는 L 영업이사(52). “회의가 지긋지긋해.

만약 내가 추진하는 정책이 잘못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어. 임원회의에 들어갈 때는 머리털이 곤두선다니까.”

#3. 중간관리자, 샌드위치의 비애

대기업 H사 K부장(42). “얼마 전 직원 1명을 다른 부서로 전출시켰지. 인간적으로 미안했지만 성과가 낮아 어쩔 수 없었

어. 난 아직 휴가도 못 갔어. 이 조직에서 내가 생존할 수 있을까.”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K차장(38). “직원들이 얄미울

때가 많아. 허위로 야근수당이며 접대비를 청구해. 미움 살까봐 모른 척하고 결재해 주지만 들통 나면 내 책임인데….”》

▽직장스트레스 원리를 알자=스트레스를 접하면 감각기관으로 정보가 들어온다. 이 정보는 곧 신경을 타고 뇌로 이동해 일종의 신경망인 망상활성체계(RAS)를 거쳐 변연계와 시상으로 전달된다. 이어 시상의 명령을 받은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분비해 대응태세를 갖춘다.

그렇다면 직장인은 어떤 정보를 스트레스로 인식할까. 미국 매사추세츠대 카라섹 교수는 업무량과 강도를 나타내는 ‘직무 요구도’, 일의 재량권을 나타내는 ‘직무 자율성’의 정도에 따라 직장 스트레스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보통 일이 많으면 스트레스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옳지 않다. 직무 요구도가 높다 해도 직무 자율성이 함께 높으면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일이 많다 해도 재량권이 허용되면 직장 스트레스는 줄어든다는 얘기다.

카라섹 교수는 직무요구도가 높고 자율성이 낮을 때, 즉 일도 많고 일에 대한 재량권도 없을 때 직장 스트레스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 주변에서 인정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사회적 지지도’가 높을수록 직장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단한 샌드위치맨=기업이나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중간 관리자의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팀이 최근 직장인의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과장, 팀장, 부장 등 중간관리자의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관리자는 일이 가장 많고 재량권도 비교적 낮기 때문.

반면 이사 사장 등 임원진의 스트레스는 평사원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존자 효과(Survivor Effect)’ 때문이다. 임원진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다른 어느 직급보다 높다는 것. 이러니저러니 불평해도 평사원의 스트레스가 가장 적다.

스트레스를 가장 해소하지 못하는 직급도 중간관리자 층이다. 평사원은 아직 젊은데다 취미생활이나 기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며 경영층은 심적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중간층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사람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 역시 대부분 40대인 중간관리자 층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반드시 직책에 따라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직책이 낮은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병으로 비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병원을 찾은 중간관리자 층은 소화기질환과 두통, 만성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원망스러워도 풀자=직장 스트레스는 대부분 직장 내에서의 업무 역량보다는 개인의 성격이나 인간성에 초점이 맞춰져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리더십이 없다기보다는 잔소리를 하는 것이 싫어서 상사를 미워하거나,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말대답을 많이 해서 부하직원을 싫어하는 식이다.

여기에 ‘저 사람은 내 편’, ‘이 사람은 우리의 적’ 하는 식으로 편을 가르는 조직문화 역시 직장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이러다 보면 개인적 미움이 조직 전체로 확산돼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발전하는 ‘미움의 악순환’이 그치지 않는다.

따라서 부하직원은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혀야 하며 상사는 부하를 인신공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원망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의 술자리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술기운을 빌려 스트레스를 폭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스트레스를 가족이나 친구에게로 고스란히 옮기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행동이며 직장 스트레스는 반드시 직장에서 풀어야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올바른 칭찬법과 의사표현 요령▼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의사표현만 분명하게 해도 직장 스트레스는 상당히 줄어든다. 인제대 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의 도움말로 칭찬 잘 하는 법과 자기주장을 제대로 펴는 법을 소개한다.

○ 칭찬 잘 하는 법

① 나를 위해 칭찬하라. “칭찬하면 실적도 좋고 나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생각한다.

②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보고서 잘 만들었어”보다 “경비 보고서 3장이 아주 좋았어”라고 말한다.

③ 나무랄 때도 먼저 칭찬하라. “보고서 이게 뭐야”보다 “괜찮은 데 2장이 미흡해”라고 한다.

④ 잘 하면 즉석에서 칭찬하고 못하면 따로 만나서 야단쳐라.

⑤ 상대의 눈을 보면서 칭찬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전달하라.

⑥ 지난번보다 결과가 좋아졌으면 그 점을 특히 칭찬하라.

⑦ 외모에 대한 칭찬은 하지 마라. 듣는 사람에 따라 모욕으로 여길 수도 있다.

○ 주장 제대로 펴는 법

① 무조건 “예” 하지 마라. 아니라고 판단되면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라.

② 자신을 낮추면서 말하라. “부장님은 왜 그러느냐”보다 “제가 보기에는”이라고 말한다.

③ 주어를 가려 써라. 좋은 이야기는 “부장님이 잘했다”고 하고 나쁜 이야기는 “제가 느꼈다”고 하라.

④ 과제를 마감하지 못할 경우 미리 말해서 해법을 찾도록 하라.

⑤ 흥분했을 때는 차라리 아무 말을 하지 마라.

⑥ 항의할 때에는 상사의 행동을 평가하지 말고 객관적 사실만 전달하라.

⑦ 항의할 때에는 내 말이 진리인 것처럼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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