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행복한 세상]짧고 강렬하게…진화하는 온라인 口傳문화

  • 입력 2003년 8월 25일 16시 21분



《온라인 구전(口傳) 문화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일반 네티즌들이 올리는 온라인 구전 콘텐츠는 기업, 정부,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정보와 달리 쉽게 나타나고, 쉽게 사라진다. 자신의 콘텐츠를 보다 빨리 다른 네티즌에게 전달하려면 독특한 내용과 형태로 주목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항상 자신의 콘텐츠를 꾸밀 참신한 그래픽과 화려한 동영상을 찾는다. 텍스트(text)로 만든 구전 콘텐츠는 이제 옛 이야기가 돼버렸다. 온라인 업체들도 이런 네티즌들의 욕구를 따라가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텍스트로 시작된 온라인 구전=인터넷은 물론, PC통신도 없던 1970∼80년대. 사람들의 구전 콘텐츠는 쉽게 기억해 전할 수 있는 짧은 글이 대부분이었다. 만득이나 최불암 유머 시리즈는 2∼3개 문장으로 만들어져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1990년대 초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이 등장하면서 구전 텍스트들은 점차 길어졌다. 콘텐츠가 입 밖에서 사라지지 않고 PC통신 게시판에 남게 됐다.

입으로 전해진다는 구전은 이 때부터 ‘퍼오다(다른 온라인 공간에 있던 글을 복사해 가져왔다는 의미)’라는 개념으로 바꿨다.

이우혁씨(하이텔에 퇴마록 연재) 등 수많은 통신 작가들이 탄생한 것도 이 시기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인터넷도 전화모뎀의 느린 속도 때문에 텍스트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글을 부각시키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모니콘(^^, -.-; 등 감정을 표현하는 기호)’이나 ‘안시(ansi·기호를 모아 그림으로 나타낸 효과)’ 기법들이 생겨났다.

또 인터넷 문서(Html) 기능을 이용해 게시판의 글을 화면 속에서 흐르도록 하거나 반짝이게 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멀티미디어로 보다 짧고 강렬하게=2000년부터 시작된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은 텍스트 중심의 온라인 구전 문화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글보다 수백, 수천 배의 정보량을 가진 사진과 동영상도 단 1,2초면 송수신이 가능해졌다.

정성들여 써도 잘 읽히지 않는 장문의 글보다, 다른 네티즌들의 눈을 곧바로 사로잡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형식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인터넷 일본드라마 동호회에 가입한 김상식씨(33)는 얼마 전 동호회 게시판에서 ‘추천 일본드라마 10’이라는 글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이 글은 단순히 드라마 10개를 나열해 적은 것이 아니라 드라마 10개의 동영상을 모은 뒤 영상 사이사이에 순위까지 매겨놓은 것. 설명하는 글도 전혀 없었다.

아예 자신의 콘텐츠를 처음부터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디지털카메라 마니아 정모씨(29)는 디지털카메라 정보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에 사용 소감을 올릴 때마다 반드시 자신이 찍은 사진 파일들을 같이 올린다.

정씨는 “이제 글만 가지고는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멀티미디어와 텍스트의 희비가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곳은 바로 미니 홈페이지 ‘블로그’다.

블로그는 인터넷 게시판 형식으로 만들어진 개인 웹페이지로 일반 웹페이지와 달리 사진이나 동영상을 게재하기 쉽다.

사진과 동영상, 아바타 등이 넘쳐나면서 장문의 글들은 사라지고 글은 점차 콘텐츠를 본 소감 정도를 적은 덧글 기능만을 갖게 됐다.

▽변신하는 온라인 업체=온라인 구전 문화가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로 급변하면서 각 업체들도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KT하이텔, 데이콤MI(천리안), UDS(유니텔), 나우콤(나우누리) 등 PC통신 회사들은 최근 멀 티미디어 중심의 인터넷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KT하이텔은 지난달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블로그와 웹폴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천리안은 1월 검색사이트 심마니와 통합한 뒤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인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니텔도 네티즌들이 자신의 사진과 MP3 음악파일로 직접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밖에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자회사인 하나로드림(www.hanafos.com)도 하나로통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블로그 채팅, 엔터테인먼트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NHN 채선주 차장은 “오늘날의 온라인 콘텐츠는 천천히 되씹어보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머리와 눈으로 느끼는 것으로 변했다”며 “멀티미디어로 자신의 콘텐츠를 부각시키려는 네티즌들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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