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심판 황지원 “처음엔 무서웠지만 묘미느껴요”

  • 입력 2003년 8월 14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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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에서 세계 첫 여성 심판 데뷔를 앞둔 황지원씨(오른쪽)가 훈련 중인 선수들을 상대로 판정 연습을 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이종격투기에서 세계 첫 여성 심판 데뷔를 앞둔 황지원씨(오른쪽)가 훈련 중인 선수들을 상대로 판정 연습을 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근육질의 남성들이 뒤엉켜 싸우는 속으로 가냘픈 여성이 “브레이크(멈춰)”를 외치며 달려든다.

황지원씨(23·용인대). 그는 태권도 합기도 유도 등 각종 무술 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이종격투기에서 세계 유일의 여성 심판이다.

최근 스포츠TV들의 중계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이종격투기는 미국에선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일본에선 K-1, 프라이드 등으로 불리며 십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 워낙 격렬한 경기라 심판도 선수들의 주먹과 발에 맞아 부상하기 일쑤여서 미국과 일본에도 여성 심판은 아직 없다.

황씨가 이종격투기 심판에 도전한 것은 올 2월. 이종격투기 세계챔피언 출신으로 자신에게 합기도를 가르친 이각수 챔피언스포츠아카데미 관장(42)의 권유를 받고서였다. 1m58, 50kg의 가냘픈 몸매지만 황씨는 태권도 5단, 합기도 3단의 무술 고단자. 지난해 전국합기도대회 여성부 경량급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력도 있다.

황씨는 300여명의 지원자 중 실기시험을 거쳐 36명을 뽑는 심판 연수생으로 뽑혔다. 이 중 여성은 2명. 정작 힘들었던 것은 그 후. 한 번에 4시간씩 매주 4차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해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수들 발에 맞아 넘어졌어요. 한 선수가 그로기 상태가 되면 브레이크를 선언하는데 선수들이 이를 듣지 못하고 공격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당장 관두고 싶은 생각이 여러 번 들었지만 그래도 하면 할수록 묘미가 느껴지더라고요.”

황씨는 16일부터 이틀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세계이종격투기연맹(WKF) 한국챔피언 결정전’에서 정식 심판 데뷔전을 갖는다. 지난달 열린 예선전에서 연수생 신분으로 경기진행을 맡아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 함께 심판 연수생으로 뽑혔던 또 한 명의 여성은 탈락했다.

“여러 운동을 해봤지만 이종격투기처럼 선수들이 피를 많이 흘리는 경기는 처음 봐요. 처음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당찬 여성 황씨의 다음 목표는 올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이종격투기대회 심판을 맡는 것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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