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든 작품 자체가 300여년이 지난 골동품들인 데다 세계 미술사의 명작이다 보니 그림들이 한국 땅을 밟는 수송 과정만 해도 ‘특급 작전’을 방불케 했다.
그림을 대여한 마우리츠 왕립미술관이 특수 플라스틱 박스에 그림들을 담아 컨테이너로 운송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모서리를 특수 고무로 처리한 두께 20cm의 이 박스는 스펀지가 그림을 감싸고 있으며, 그림 네 귀퉁이마다 부직포로 된 고정틀이 장치돼 있다. 아울러 왕립미술관측은 그림과 함께 전시기간 내내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을 맡는 전문인력 2명도 함께 파견했다.
그림은 부패하거나 손상되기 쉬워 살아있는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그림을 전시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전시작들은 인천공항에서 전시장인 덕수궁미술관으로 이동하자마자 24시간 동안 ‘환경적응 훈련’을 받았다. 최은주 덕수궁미술관장은 “환경이 바뀌면 갑자기 탈이 날까봐 작품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서울의 실내 환경에 서서히 적응하도록 온도와 습도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전시기간 중 전시장은 섭씨 19∼20도, 습도 55%, 200룩스의 조명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자가 24시간 내내 전시장 내부 환경을 관리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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