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퍼니처]책상도 수납장도 내손으로 '뚝딱'

  • 입력 2003년 5월 12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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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어요”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린 ‘1일 가구교실’에 참가한 이송미양(동자초등학교 4학년)이 강사의 도움을 받아 드릴로 나사를 박고 있다.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너무 재미있어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린 ‘1일 가구교실’에 참가한 이송미양(동자초등학교 4학년)이 강사의 도움을 받아 드릴로 나사를 박고 있다.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사포질도 하고 니스칠도 하고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네….”

두 손으로 드릴을 꼭 잡은 이송미양(동자초등학교 4학년)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다. 전기 드릴로 나사를 박는 작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윙∼ 윙∼’ 울리는 드릴 소리가 무섭기도 했다.

목공 강사의 도움을 받아 표시된 곳에 나사를 모두 박으니 책꽂이 형태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사포질을 하고 니스 칠도 하고…. 30분 동안 뚝딱거리니 드디어 책꽂이 완성. 처음으로 뭔가를 손으로 만든 순간이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송미양은 연방 책꽂이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어린이날이었던 5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에서 ‘1일 목공교실’이 열렸다. 놀이기구를 타는 즐거움 외에 뭔가를 만드는 기쁨을 주자는 게 목공교실의 취지. 옷걸이, CD 선반, 책꽂이 등을 만드는 재료와 목공 도구가 준비됐고, 제페토가구교실 직원 10여명이 참가자들을 도와주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요

“자, 여기 홈에 드릴을 꽂아주세요. 오른손으로 버튼을 살짝 누르세요. 그리고 드릴을 위에서 아래로 밀어주면 됩니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정희수양(창경초등학교 5학년)이 드릴로 나사를 박았다. 강사는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나하나 나사를 박자 판자 조각이 어느새 4각 상자로 바뀌었다. 희수양은 연방 신기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수납함을 만들어 보기는 처음이에요. 재밌어요.”

사포질을 하던 희수양이 웃으며 말했다. 사포질에 지칠 때면 옆에 서 있는 아빠에게 사포를 넘겼다. 아빠가 힘 좋게 3, 4번 문지르자 금세 표면이 매끄러워졌다.

정의철씨(39·희수양의 아빠)는 “지금까지 일이 바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며 “이번 목공교실은 딸과 함께 무엇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옆쪽 테이블에서는 윤종식씨(43) 가족이 책꽂이에 염료를 바르고 있었다. 두 딸은 손에 염료가 묻어 퍼렇게 변해도, 곱게 색감이 나오지 않아도 상관치 않았다. 그저 자기 손으로 책꽂이를 만든다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목공교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아이들이 놀이기구 타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하네요.”

집이 잠실 근처여서 자주 롯데월드를 찾는다는 윤씨는 이번처럼 딸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갈수록 DIY 인기가 좋아져요

이날 행사에는 60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재료가 준비됐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하려고 신청한 가족은 80가족을 훌쩍 넘었다.

행사를 진행한 장길자 제페토가구교실 원장은 “최근 주5일 근무가 늘어나면서 취미삼아 물건을 스스로 만드는 DIY도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DIY(Do It Yourself)’는 가구, 싱크대, 옷걸이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생활절약 운동에서 시작된 것이 한국에서는 2000년 들어 인기를 타고 있다. 반쪽이공방, 헤펠레목공학교, 제페토가구교실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DIY 인기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케이블 TV에도 DIY 채널(www.diychannel.co.kr)이 생겼다.

장 원장은 “남편을 직장에 보내고 집안에서 소일을 하는 주부를 대상으로 DIY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요즘은 주말에 가족끼리 가구교실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땀을 흘리며 직접 가구를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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