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몰 때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모든 퇴로가 막혀 도망갈 수 없으면 돌아서서 필사의 저항을 한다는 것이다.
백이 반면으로도 유리해 무난히 승리할 수 있는 국면. 하지만 장면도 백 1이 ‘퇴로마저 차단한’ 과수(過手)였다. 백 1은 평소라면 우하귀 흑을 궁지에 몰아넣는 좋은 수. 하지만 배수진을 친 흑이 사즉생(死則生)의 자세로 거세게 반격한 것.
흑 2 때 백 3, 5가 흑의 약점을 찌르는 수순. 하지만 백은 흑 6, 8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흑은 우하귀와 우상귀의 풍부한 팻감을 배경으로 ‘패’라는 최후의 살수(殺手)를 던진 것. 결국 팻감이 부족한 백은 흑 ‘가’의 팻감을 불청하고 좌상귀 흑을 잡았지만 흑 ○가 살아가는 바람에 형세가 완전 흑에게 넘어갔다.
백은 참고도처럼 흑의 숨통을 조금 터주는 것이 승리를 보장하는 길이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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